호날두의 외침, “난 살아 있어”… 세계 축구 역사 최초로 ‘800승 클럽’ 창설[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우충원 2024. 3. 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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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벋어 가는 것도 한(限)이 있다.” 칡이 기세 좋게 벋어 나가지만, 한계가 있다는 뜻의 우리네 속담이다. 무엇이나 성(盛)하는 데에도 한도가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 하겠다. 그런데 아직은 그 상한에 이르지 못했나 보다. 오히려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게 있다”라는 속담이 더 어울릴 듯싶다. 요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단상이다.

우리 나이로, 호날두는 올해 불혹(不惑)이다. 축구 선수로선 할아버지(?)다. 그래서일까? 비록 열정은 그대로일지 모르겠으나, 몸놀림은 한창때에 비하면 확실히 둔화됐다. 다시 회춘한 듯 득점력을 뽐내긴 해도, 뛰노는 마당의 질이 뒤떨어지는,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작용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호날두는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 있다.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더불어 20년 가까이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신계의 사나이’에 대한 예우만은 아닌 듯하다. 크게 변함없는 기량을 바탕으로, 녹록하게 보는 시각을 거부하는 활약을 펼치기 데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호날두가 ‘뉴스의 총아’로서 각광받는 원인이 있다. 심심하다 싶으면 만들어 내는 각종 기록을 앞세워 외면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나는 아직 살아 있다”라고 포효하기 때문이다. 전성기에 결실한 풍성한 과실에 오래도록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으며 불태우는 열정이 어우러지면서, 화수분처럼 각종 기록의 열매를 맺고 있다. 호날두는 분명히 ‘기록 제조기’다.


프로팀 675승과 국가대표팀 125승 엮어 통산 ‘800승 고지’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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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또 하나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세계 축구 역사상 최초로, 통산 800승 고지에 올라섰다. 세계 축구계에 이정표가 될 엄청난 기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곧잘 팬들의 빈축을 살 만큼 인성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긴 해도, 순수하게 기록 면에선 폄훼하기 힘든 신지평을 열었다(표 참조).

호날두는 알아인(UAE)을 제물 삼아 800승 고지 등정을 이뤘다. 그 마당은 2023-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11일·이하 현지 시각)이었다. 안방인 알라왈 파크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호날두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이 승리(4-3)하는 데 한몫했다.

데뷔 무대에서 첫 골과 첫 승의 ‘두 마리 토끼’를 포획한 지 22시즌 만에 밟은 새로운 지경이었다. 2002년 10월 7일에 열린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모레이렌스전에서, 스포르팅 CP의 새 얼굴이었던 호날두는 2골을 뽑아내 팀 승리(3-0)를 이끌며 첫 장을 화려하게 연 바 있다.

호날두는 ‘800승 클럽’을 창설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에서 올린 125승과 프로팀에서 거둬들인 675승을 엮어 만든 전인미답의 고지요 클럽이다.

둥지를 튼 다섯 프로팀으로 보면,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많은 승수(316)를 쌓았다.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9시즌을 소화하며 축적한 전과다. 그 뒤를 이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14)→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유벤투스(91)→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의 알나스르(41)→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스포르팅 CP(13)에서 승수를 보탰다.

활동 무대별로 보면,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국내 리그에서 최다승을 올렸다. 475승으로, 전체 승수의 59.4%에 달했다. 그 다음은 각 대륙 챔피언스리그였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18승과 ACL 7승을 묶어 125승을 수확했다.

국내외 대회로 나눠 봤을 때, 국내 대회에서 결실한 승수가 압도한 모양새였다. 531승으로 국제 클럽 대항전(144승)의 거의 4배(3.69)에 달했다.

이번 시즌, 호날두는 이미 또 다른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최초로 1,200경기 출장 고지를 밟았다. 한 세기를 초월해 현대 축구 전 역사로 외연을 넓혔을 때,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은 호제리우 세니(브라질)가 보유하고 있다. 세니는 1992년부터 2015년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하며 1,225경기(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 기준)를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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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세니는 GK였다. 아무래도 활동 반경이 좁아 그만큼 선수 생명이 길어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수문장의 장점이 배경에 깔린 최고 기록이다. 어쨌든 이 기록도 곧 깨지리라 보인다. 물론, 그 주인공은 호날두다.

“부자는 많은 사람의 밥상이다.” 세계 축구계를 향한 호날두의 부르짖음이다. 그만큼 세계 축구 기록사에 눈부신 발자취를 아로새겨 가는 호날두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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