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불완전판매 이정도 일줄이야…단기성과·판매관행 바뀔까
"단기 성과 위주, 상품 판매 독려 관행" 자성
피해 되풀이…은행 신탁판매 규제 강화 제안도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들에 대한 현장검사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포착됐다. 은행들은 분쟁조정기준안을 두고 배상안 마련에 골몰하면서도 은행들의 신탁 상품 판매 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은행들은 단기 성과를 중시해 판매를 독려한 것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진 부분이 있는 만큼 그 동안의 관행을 벗어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신속히 검사결과를 분석해 제재를 진행하고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H지수 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신탁 판매 시스템 '부적절' 드러난 은행
금감원에 따르면 H지수 ELS를 판매한 금융사들은 판매정책과 소비자보호 관리실태의 전반적 부실이 확인됐다. 실적 경쟁을 유도해 ELS 판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성향분석과 부적합 투자자 배제 등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도 적발됐다. ▷관련기사: [ELS 배상]"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는 초고령 어떻게 가입?(3월11일)
금감원은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원인인 부적절한 시스템을 분쟁조정기준에 포함했다.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판매사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정했다. 또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도 반영해 공통가중 비율을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온라인 판매채널 은행 5%p, 증권사 3%p)하기로 했다.
'설명의무 위반과 중북되는 경우'는 제외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은행 등 판매사 책임이 최대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판매시스템이 부적절했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 판매를 독려하는 내부 관행이 문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 자체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단위 배상…반복 막기 위한 개선 시급
H지수 ELS 사태 중심에 있는 은행권은 손실 배상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지수 ELS 손실 규모를 약 5조8000억원으로 보고 금감원이 예측한 평균 배상비율 20~60%를 적용하면 배상 규모는 1조1600억원에서 3조4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기사: 금융권 ELS 배상 규모 3.5조원 육박할까(3월13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SK증권은 배상비율 30% 가정 시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7000억~8000억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000억~2000억원 정도를 배상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상비율이 40%까지 올라가면 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약 2000억~3000억원으로 배상금액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검사결과 정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제재 절차를 신속히 개시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과징금도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망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 발생과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 역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제도 개선도 불가피하다. 금융당국도 관계 기관 의견 등을 수렴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개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나 준칙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법 뿐 아니라 판매행태나 관행, 내부통제 문제도 여러 각도에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신탁상품 판매 전반에 대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재무상담을 진행할 때 몇 가지 정보만으로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의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깊이있는 상담을 진행한 후 판매를 진행하는 관행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 역시 오랜시간 상담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의 관행이 바뀌려면 투자자들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에서 신탁 상품 판매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손실발생 가능금액이 원금의 50%가 넘는 상품은 은행에서 팔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고연령이나 투자경험이 없는 경우 등 은행 창구에서 상품에 가입했다면 해당 상품 운용사나 본사 담당자가 직접 투자자에게 위험여부를 숙지시키는 등 이른바 '해피콜'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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