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로운 걸 넘어서”…괴물의 ‘시범경기’, 전문가들은 어떻게 봤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투구였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37·한화)이 첫 시범경기부터 ‘괴물’이란 별명에 걸맞은 공을 던졌다. 겨우내 착실히 몸을 만든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류현진의 몸 상태에 주목하며 정규시즌 성공을 점쳤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3일 스포츠경향과 통화하며 “(류)현진이의 시즌 준비 과정이 순조로운 것을 넘어선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류현진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3안타 1실점 했다.
1회 잠시 흔들리며 실점하긴 했지만, 2회부터 자신의 강점인 ‘칼날 제구’로 상대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사사구 없이 삼진 3개를 솎은 류현진은 이날 최고 시속 148㎞ 빠른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며 최고 구속 139㎞ 직구를 던졌다. 앞서 7일 구단 자체 연습경기에서는 최고 143㎞를 찍었다. 구속이 순조롭게 올라오는 중이다.
정 위원은 류현진의 구속 증가 등 그간의 준비 과정에 대해 “현진이는 이닝을 효율적으로 쓰는 영리한 투수다. 어제(KIA전)는 KBO리그 복귀가 오랜만이다 보니 힘을 한 번씩 넣더라”며 “시기, 나이, 수술 경력을 고려했을 때 준비가 잘 돼 있는 것 같다. 특히 팔 상태가 굉장히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류현진의 ‘커터’가 정규시즌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위원은 “현진이는 커터를 스트라이크존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타자가 치려는 욕심이 들 만큼의 높이로 던진다”며 “스트라이크존 위쪽을 특히 잘 활용하는 것이 현진이의 클래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재응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노련한 투구에 주목했다. 서 위원은 “메이저리그(MLB)에서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한 투수다. 기본적으로 컨트롤이 안정적이고,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타자의 성향을 빨리 파악해서 피칭을 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두 해설위원 모두 현재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류현진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봤다. 정 위원은 “지금 모습이라면 정규시즌 150이닝은 가볍게 찍을 것 같다”며 “승수는 통제 밖이라 예상하기 어렵지만, 삼진도 100개 이상 무난히 잡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 위원은 “지금처럼 몸 관리를 잘한다면 10승 이상, 2점대 평균자책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류현진의 공을 타석에서 직접 경험한 타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KIA 내야수 김도영은 “류현진 선배의 모든 구종이 완벽했던 것 같다”며 “특히 제구력이 워낙 뛰어나고, 빠른 공이 찍힌 구속보다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연습경기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내야 땅볼을 쳤던 문현빈은 “모든 변화구가 결정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은 “살면서 본 투수 중에 제구가 가장 좋다”며 “어이없는 볼이 없고, 모든 구종을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능력을 갖췄다”고 감탄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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