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V는 내연기관, PHEV는 전기차
2024. 3. 14. 07:24
-PHEV 주목할 필요 있어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7월 1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10만명 중 향후 2년 이내 신차 구입을 희망하는 3만2,671명에게 어떤 연료의 자동차를 구입하겠냐고 물어보니 하이브리드가 38%로 가장 많고 휘발유가 36%를 차지했다. 물론 디젤도 7%의 선택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내연기관 구입 예정자만 81%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그럼 나머지 19%는 어떤 에너지를 선택했을까? 같은 화석연료인 LPG와 천연가스도 있지만 시선을 잡아당긴 항목은 15%의 응답자가 선택한 전기차다.
이 결과를 두고 조사 회사는 하이브리드의 상승세는 높은 반면 전기차는 구입 의향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내연기관 속에서 전기차 구입 의향이 15%까지 치솟은 게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돋보기를 어느 글자 위에 올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지만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의 연장선으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하이브리드(HEV)는 친환경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내연기관에 기반한 고효율 제품으로 본다. 내연기관으로 만들어 낸 동력이 주력이고, 동시에 내연기관이 만든 전기를 보조 동력으로 활용하는 탓이다. 그래서 같은 하이브리드여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일반 하이브리드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흔히 전기차라 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배터리 전기차(BEV)를 포함시킨다. HEV의 경우 필요한 전기를 기름 연소로 만들지만 PHEV는 1차적으로 외부 전원을 쓰되 전력이 소진되면 내부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배터리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그리고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얻는다는 점에서 BEV 쪽에 기울어진 하이브리드다. 한 마디로 대기질 개선 효과는 HEV보다 PHEV가 낫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국도 하이브리드 초창기에는 PHEV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내연기관-HEV-PHEV-BEV’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BEV’의 빠른 이동을 목표로 PHEV 보조금을 없애버렸다. 그러자 PHEV는 수출용만 생산될 뿐 내수에선 존재감을 잃어갔다.
결국 PHEV가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에는 환경부의 보조금 배제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PHEV는 HEV 대비 가격도 비싸다. 동일한 배기량일 때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HEV 대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싼 가격은 보조금을 지급해도 가격 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HEV는 별다른 지원 없이 제도적 혜택만 줘도 충분히 늘어나지만 PHEV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최근 PHEV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중이다. HEV가 내연기관에 기반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내연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PHEV는 별도의 전기 구동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HEV 대비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HEV와 PHEV의 환경친화적 성격을 비교하면 PHEV의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HEV 대비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유럽 등이 HEV를 내연기관의 연장선에서 규제를 가하려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은 ‘억제-중립-감축’ 단계가 기본이다. 그래서 각 나라도 현재는 ‘억제’에 초점을 맞추되 서둘러 중립으로 바꾸려 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하이브리드라도 배출 억제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PHEV를 다시 주목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대신 HEV는 혜택을 축소하면서 내연기관과 다름없다는 시각을 견지하려 한다. PHEV에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해 BEV의 사전 경험을 늘리는 게 중요했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PHEV에 대한 보조금의 부활이 필요해 보인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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