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잭팟인 줄 알았는데…'200억 꿀꺽' 베트남, 되레 "100억 내놔"

김평화 기자, 조준영 기자, 이민하 기자, 김인한 기자, 이용안 기자 2024. 3.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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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해외수주 330억달러 시대, 현실이 된 해외건설 리스크 (上)
[편집자주] 해외 건설 수주액이 4년째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400억달러다.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자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정부도 '원팀코리아'로 수주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해외 사업이 늘어난 만큼 '부실 수주' 위험도 커졌다. '황금향'을 쫓는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현주소를 짚어본다.

[단독]롯데·포스코, 베트남 고속도로 깔고 200억 물렸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베트남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약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중재기관은 베트남 공기업이 한국 건설사들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베트남 정부의 비협조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베트남 법원은 부실공사 관련 책임으로 한국 건설사가 100억원 이상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13일 건설업계와 외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롯데와 포스코는 2018년 9월 개통된 베트남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건설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개통 5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했다. 롯데건설이 받아야할 돈은 86억원, 포스코이앤씨가 받아야할 돈은 99억원 안팎으로 각각 추산된다. 돈을 못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비용이 늘어 미수금 규모는 더 커진다.

고속도로 공사 발주처인 베트남 VEC(Vietnam Expressway Corporation)는 공사 완성 이후에도 자국 건설사가 시공한 다른 구간의 부실공사를 이유로 한국 건설사들에게까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롯데건설은 2021년 3월 VEC를 상대로 국제 분쟁 중재기구인 싱가포르 소재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롯데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VEC가 롯데건설에 86억원을 지급하라는 중재 판결을 내린 것.

포스코이앤씨도 2021년 8월 ICC에 '베트남 다낭-꽝아이 고속도로 공사 유보금 등 미수금 청구' 소를 제기했다. ICC는 지난달 포스코이앤씨의 요청을 인정하는 내용의 중재 판결문을 내놨다. 소 제기 당시 포스코이앤씨의 소송가액은 한화 236억원이다. 이는 본드콜(Bond Call, 계약이행 보증) 등을 포함한 금액으로 이중 포스코의 미수금은 약 99억원이다.

ICC의 중재판결이 나왔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롯데와 포스코가 주 싱가포르 베트남 대사관에 중재판정문에 대한 영사인증을 신청했지만, 베트남 대사관이 사상최초로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영사인증을 못받으면 ICC의 중재 판결은 베트남에서 효력이 없다. 주 베트남 한국 대사관도 베트남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베트남 측은 요지부동이다. 자국 공기업의 이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2013년 11월 해당 공사 수주 당시 수주액은 롯데건설이 6200만달러(약 815억원), 포스코이앤씨가 4869만달러(약 640억원)였다. 당시 해외건설 수주 성과라며 기대를 모았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대금 중 상당 부분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베트남 법에 따라 한국 건설사들이 100억원대 배상금을 낼 위기다. 베트남 하노이 인민법원은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부실공사와 관련, 롯데건설이 70억원, 포스코이앤씨가 39억원 등 합계 약 109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책정한 손해배상 금액은 각 시공사들의 입찰 패키지 규모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이 고속도로는 개통 직후 곳곳에 금이 가거나 포트홀(도로 파임) 현상이 일어나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졌다.

시험기준이나 방법, 현장여건 등에 대해 시공사들이 반발했지만 베트남 법원은 VEC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롯데와 포스코를 포함한 5개 시공사는 항소에 나섰고, 2심 재판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에 주 베트남 한국 대사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대한민국 대표' 자격으로 베트남 외교부에 공한을 발송하는 등 수차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도 속수무책…해외건설 '외화벌이' 가서 '떼인 돈' 쌓였다

연도별 해외 건설 수주 금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외에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외국은 각 나라별로 법과 관습, 문화 등이 한국과 달라 변수가 많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황당할만큼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사례도 많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333억달러(약 43조7000억원)다. 2020년부터 해외건설 수주액은 4년째 매년 300억달러(약 39조375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계속되는 고금리 여파에 올해도 국내 건설시장 회복이 요원할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정부 역시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을 500억달러(약 65조6250억원)까지 높여 세계 4대 건설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푸른 꿈'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 소식이 들려올 때는 모두가 환호하지만, 실제 공사를 진행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을 때도 있다. 해외 발주처가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공사 결과물에 트집을 잡고 지급을 거절하면서다. 국제중재기관이 나서도 해당 국가가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지에서 소송전을 치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 나라의 법 적용은 외국 기업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현장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2018년 9월 개통된 베트남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건설에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아직까지 공사대금 약 200억원을 받지 못했다. 발주처인 베트남 VEC(Vietnam Expressway Corporation)가 완공 후 부실공사 등을 핑계삼아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소재 국제중재기관 ICC(국제상공회의소)는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 싱가포르 베트남 대사관은 ICC의 중재판정문에 대한 영사인증을 거부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12년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와 2015년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각각 수주했는데 이라크 측의 자금 부족으로 2022년 10월 공사를 중단했다. 이때까지 쌓인 미수금만 6억2900만달러(약 8250억원)에 달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미수금 중 2억3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받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완전한 공사 재개가 아니다. 기존 계약 중 미진한 부분만 마무리하는 차원이다.

해외 사업 관련 소송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비용도 늘어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소송비용 500억원을 반영했다. 카타르 도하에 짓고 있는 70층 높이 '루사일 플라자 타워' 공사 관련 소송비용이다. 이 영향으로 현대건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44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는 일부러 정부가 준공 허가를 늦추는 등 시간을 끌어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공사대금을 다 안주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사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사업은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해외 공사 중 현지 정권이 바뀌어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수주엔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원팀코리아' 해외 수주 대박난 줄…"5년째 돈 못 받아" 건설사 끙끙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원팀코리아) 구성체계/그래픽=윤선정

'원팀코리아'가 무색해졌다. 원팀코리아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해외 사업 수주단이다. 민간 건설사의 경험과 기술력, 정부의 정책 지원과 협상력을 결합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공사대금 등 분쟁 발생 시 정부 차원에서 '해결사'로 나서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재개 현장에 다녀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원팀코리아의 해외 진출 실적, 사업 수주 성과에만 치중하면서 '반쪽짜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원팀코리아 지원이 대부분 사업 초기 단계 금융 조달, 업무협약(MOU) 등에 집중돼 실질적인 사후 지원은 소홀하다는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는 고스란히 개별 기업의 몫이다. 실제로 대규모로 수주로 기대를 모았던 해외 사업장에서도 기업들이 수년째 '돈'을 못 받는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5년 넘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베트남 고속도로 프로젝트나 최근에서야 일부 공사비를 회수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13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원팀코리아는 베트남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공사 미수금 회수와 관련해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와 외교부가 회담과 공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공사대금 문제를 베트남 정부 등에 전달했지만, 이렇다 할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베트남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사업은 롯데와 포스코가 시공사로 참여해 2018년 9월 개통했다. 시공사들은 5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사대금 20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서는 발주처인 베트남도로공사(VEC) 직원의 직무태만 등 비리 문제, 부실공사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업계 "사업초기 단계 지원 집중 '원팀코리아' 역할 아쉬워"…국토부 "단계별 지원체계 갖춰갈 것"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해결을 시도했다. 2021년에는 국토부 차관이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공사비 미수금 문제 관련 서한을 베트남 교통부 측에 전달했다. 지난해 말 열린 한국-베트남 경제부총리 회담에서는 한국 기업 현안으로 공사대금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질적인 구속력 있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서한을 전달하거나 정부 인사들이 현지를 방문할 때 국토교통·인프라 분야 사업의 기업 애로사항을 건의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민관 합동 원팀코리아의 역할이 아쉽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 해외 프로젝트 전 주기에 걸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 초기에 필요한 현지 법·규제 컨설팅이나 금융 조달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일본, 유럽 국가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라며 "다만 사업 수주 이후 생기는 현지 민원, 법적 분쟁 등을 포함해 사후 지원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해외사업 플랫폼으로 원팀코리아의 역할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확대하고 있는 '민관협력개발사업(PPP)'을 중심으로 원팀코리아가 정부의 해외사업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해갈 계획"이라며 "해외사업 초기 단계의 현지 조사·정책 지원부터 단계별 리스크 관리 지원까지 종합적인 체계를 갖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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