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원유 뽑는 최적점을 '척척'…정유업 AX 선봉장 GS
GS칼텍스, AI 활용한 운전 최적화…작년 역대 예산 투입
고효율·친환경·사고예방…정유업 트라이앵글 과제 해결
최근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 바람이 정유업계에 빠르게 불고 있다. 품질 개선과 고객 니즈 파악 등에 AI 기술을 적용, 운영 효율화를 높이는 모양새다. 산유국이 아닌 탓에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은 국제 유가 및 정제마진 변동에 좌우된다. AX 변화가 시작된 상황 저변엔 '수익 안정화'가 최대 과제인 정유사들의 고민이 담긴 셈이다.
업계 내에서도 AX 선봉에 선 곳은 GS칼텍스다. 과거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이 본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설비 운전조건을 정했다면, 이젠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 AI를 활용한 운적 최적화를 본격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공장 정기보수 작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 것도 AI와 로봇 적용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원유를 수입, 정제해 판매하는 기존의 역량을 넘어 신기술을 전 밸류체인에 확산 적용하겠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부산물 24시간 모니터링, 이상 시점 예측하는 'AI모델'
지난해 상반기 GS칼텍스는 두 달여간에 걸쳐 여수공장 정비작업을 마무리했다. GS칼텍스의 주 생산시설인 여수공장 면적은 600만㎡, 여의도 면적의 2배이자 세계 4위 규모다. 이번 정기보수 작업엔 3200억원 가량 예산이 들었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역대 최대 수준의 설비투자가 집행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장 곳곳 AI 및 로봇의 적용·설치가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코크(Coke)' 함량 예측 모델이 대표적이다. 코크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고체 부산물로, 공정과정 중 많이 발생할수록 설비에 손상을 가한다. 때문에 효율적인 운전을 위해선 코크 함량을 지속 모니터링하는 작업이 필수다.
기존엔 엔지니어가 주 2회씩 코크 함량을 모니터링 했지만 야간과 주말, 연휴 등엔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모니터링 중 코크 함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마다 곧바로 대응하기도 사실상 쉽지 않았다.
이에 GS칼텍스는 코크 함량을 사전에 예측하는 AI모델을 개발, 운전조건을 최적 조정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모델이 코크 함량이 늘어나는 이상 상황을 예측하면 엔지니어에게 이메일과 문자로 상황을 전달한다. 알림이 가는 시점은 발생 예상 시간으로부터 4시간 전이다. 사전 대응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딥러닝 가상센서' 불완전 연소 줄여 비용 절감
딥러닝 기술을 통한 공정 효율화도 돋보인다. GS칼텍스는 주요 공정과정인 '상압증류탑(CDU)'에서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가상센서를 개발, '친환경'과 '비용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공장을 인체에 비유했을 때 CDU는 심장이다. 이곳에서 분리된 유분이 다양한 설비로 이동해 과정을 거치면서 휘발유와 등유 등 고부가 제품으로 최종 생산된다. ‘CDU 공정’이 정유의 기본이자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당 공정의 특징은 전 과정 가운데 가장 많은 열에너지가 사용된다는 데 있다. 원유를 360도 이상서 가열, 이후 끓는 점 차이에 따라 성분을 분리하는 증류 과정이 여기서 이뤄진다.
이처럼 상당한 열에너지가 사용되는 CDU공정에 GS칼텍스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센서를 도입했다. 포인트는 '일산화탄소(CO) 농도 예측'이다. CO가 많이 발생할수록 불완전 연소로 이어져 비효율적 가열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가상센서는 CO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전점을 찾아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원유 산지에 따른 특성·온도·압력·유량 등 수백 가지 운전조건 변수에 기반해 가열 과정에서 발생할 CO 농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실제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이를 통해 관련 비용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GS칼텍스는 CDU 등 일부 공정에 적용 중인 해당 기술을 향후 다른 공정에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안전장비·사고 자동 감지하는 'AI CCTV'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AI 적용도 획기적이다. 여수공장 내엔 안전 관리를 위한 수백 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워낙 넓은 부지 탓에 사람이 이를 모두 지켜보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GS칼텍스는 모니터링 담당자가 없어도 사고나 위험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AI CCTV를 도입했다.
높은 곳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거나, 안전모 필수 착용 구역서 직원이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으면 AI CCTV가 이를 자동 감지해 경고음이 울린다. "작업장 내에서는 규정된 개인 보호구를 꼭 착용해 주세요"라는 경고 메시지도 자동송출된다.
산업 특성상 화재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원유 탱크 주변 화재나 연기를 감지하기도 한다.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도입한 이 AI CCTV의 감지 정확도는 93%, 타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설비 관리에는 로봇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기존엔 설비 안에 낀 진흙 등을 제거하기 위해 현장 작업자가 투입됐지만, 최근 이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업무 효율이 개선될 뿐 아니라 밀폐된 공간 작업으로 인한 질식 및 유독가스 중독 등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GS칼텍스는 AX 성공사례를 쌓아가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업계가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등대공장* 인증 등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등대공장은 AI와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뜻한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2018년부터 매년 2차례에 걸쳐 선정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디지털전환(DX)에 이어 AX에 이르기까지 지속 가능한 변화를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급 줄어도 살 사람 없어…"집값 더 떨어진다"
- [공모주달력]삼현·엔젤로보틱스 공모가 확정후 청약 진행
- "1회·10분·600km"…EV 초급속 충전 배터리 나온다
- 밸류업 효과?…두달 만에 한국주식 3.5배 늘린 영국
- [청기홍기]'밸류업' 열차 탑승한 셀트리온? 자사주 매입에 목표가↑
- '반전 성공' 화장품 로드숍, 해외서 기회 찾았다
- [보푸라기]4세대 실손보험료 할증 임박…폭탄 피하려면?
- K배터리도 '트럼프 포비아'…전문가 솔루션은 '이것'
- 롯데건설, 올해 2.3만가구 분양…'르엘' 어디에?
- 1억 넘은 비트코인에 게임사들 심쿵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