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던질 준비 됐습니다!"…위닝샷 너클커브→압권의 KKK, 롯데 '슈퍼루키'가 선보인 무력시위

박승환 기자 2024. 3. 1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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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언제든 마운드에서 던질 준비가 돼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에서 '이도류' 유망주로 불리던 전미르의 이름을 호명했다. 전미르는 투수와 타자 양 쪽에서 남다른 재능을 뽐내며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는데, 지난해 7월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과 함께 수훈상을 손에 넣으며, 경북고를 무려 30년 만에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롯데는 당초 전미르에게 '이도류' 기회를 줄 방침이었다. 당초 마무리캠프에서도 전미르는 이도류로 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타자보다는 투수로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판단 속에 일단 마운드 쪽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괌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전미르는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칭찬을 달고 다녔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의 첫 불펜 피칭을 본 뒤 감탄사를 자아냈다. '루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다"며 "지난해 가을에 던지는 것과 지금 던지는 것이 또 다른 느낌이다. 충분히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제구력이다. 일단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 같다. 던지는 스타일도 좋고, 템포도 빠르면서 공격적이다. 마운드에서 모습이 굉장히 좋다"고 칭찬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롯데 불펜의 핵심인 구승민을 비롯해 안방마님 유강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전미르는 사령탑을 비롯해 선배들의 호평 속에서 스플이캠프를 무사히 완주했고,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 처음 공식전 데뷔전을 가졌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전미르에 대한 소식을 접하던 팬들이 '슈퍼루키'의 투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전미르는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오태곤을 땅볼로 잡아냈으나, 이내 후속타자 최경모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전미르는 김정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냈고, 시범경기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고명준도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으며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다. 전미르의 탄탄한 투구에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데뷔 첫 등판보다 전미르가 더욱 팬들의 뇌리에 각인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가진 두 번째 등판이었다. 당시 전미르는 구승민이 타구에 맞으면서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이 투구가 압권이었다. 전미르는 등판과 동시에 이유찬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여기서 후속타자 김대한을 상대로 125km 커브를 위닝샷으로 선택, 루킹 삼진을 뽑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전미르는 조수행에게 안타를 맞아 1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를 맞았다. 이때 전미르는 장승현과 맞대결에서 빠르게 0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고, 3구째 126km 커브를 결정구로 선택, 3구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두산의 '간판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다시 한번 커브를 위닝샷으로 선택했고, 김재환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면서 삼진 세 개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때 전미르가 만들어낸 'KKK' 투구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손성빈은 "내가 리드했다기 보다 (전)미르의 커브가 워낙 좋다 보니 속도 차이를 주고자 했다. 내 사인에 미르가 동의했고, 그대로 던져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미르 공을 받을 때 무엇보다 자신감이 느껴진다. 가슴이 있는 친구인 것 같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승부하려는 마음이 강하다라는게 리드할 때마다 많이 느껴진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전미르가 던진 커브의 최고 구속은 무려 132km였다. 그런데 이 커브는 일반적인 커브가 아니었다. 바로 '너클커브'였다. 전미르는 '커브가 주무기라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으며 "원래 슬라이더였는데, 갑자기 커브가 좋아졌다. 그래서 커브를 주무기로 쓰고 있다"며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에 (육)선엽(삼성)에게 배웠는다. 선엽이 커브가 워낙 좋아서 물어봤고 배우게 됐는데, 엄청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11일 경기에서 전미르의 KKK 투구와 함께 주목을 받았던 것은 같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의 김택연(두산)의 완벽한 삼자범퇴였다. 김택연은 최고 150km의 빠른 볼을 앞세워 롯데 타선을 봉쇄, 공식전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앞에서 (전)미르가 너무 잘 던졌다. 삼진 세 개로 이닝을 깔끔하게 막는 것을 보고 '나도 열심히 던져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미르는 "(김)택연이와는 고등학교 시절에 한 번 붙어봤는데, '역시 또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연이는 워낙 잘하는 친구라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말이 필요가 없더라"고 웃었다. 경기가 끝난 후 전미르와 김택연은 함께 저녁 식사를 가졌는데, 다른 테이블에 있던 진해수가 밥을 샀다는 후문. 이들은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을 비롯해 스프링캠프 훈련 등 이야기꽃을 피웠다.

스프링캠프 기간 144km였던 최고 구속은 조금씩 올라가는 중. 이번 시범경기에서 148km까지 찍었다. 전미르는 "지금 구속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일단 제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구속은 때가 되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지 않느냐'는 말에 "언제든 마운드에서 던질 준비가 돼 있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 또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투수라고 한다면, 그 정도는 던져야지"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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