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도 안 뛰고 커쇼와 동급' 오타니 미친 존재감, 초인기팀 LAD 상상도 뛰어넘었다
미국 매체 LA 타임스는 14일(한국시간) "오타니의 신비로움이 LA 다저스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켰나"라는 주제로 오타니 영입 후 LA 다저스 관계자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10일은 북미 프로스포츠에 있어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LA 다저스가 오타니와 10년 7억 달러(약 9219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어떤 선수도 넘보지 못했던 초대형 계약이 탄생한 것. 종전 최고 기록은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2020년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에게 안겨준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927억 원) 규모의 연장 계약을 안겨준 것이었다.
7억 달러 중 97%를 계약 기간이 끝난 2034년부터 10년에 걸쳐 나눠 받는 사상 초유의 디퍼 계약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지만, 전례 없는 역대급 금액임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LA 다저스는 오타니와 계약을 장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 측에서 협상에 참여한 팀들에게 철저하게 비밀 유지를 부탁했기 때문.
LA 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진 스탠 카스텐 LA 다저스 회장은 "마치 선거 결과를 보는 것 같았다. 내부 정보가 전혀 없어 TV를 보거나 X(구 트위터)를 팔로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계약 성사가 된 상황도 소개됐다. 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은 아들의 유소년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오타니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다른 영입 후보와 줌 미팅을 하고 있던 프리드먼 사장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당신이 잡았다(You got him)." LA 다저스 역사를 바꿀 세 마디를 들었다.
오타니는 LA 다저스 합류 전에도 미국 전역을 강타한 슈퍼스타였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해 통산 6시즌 동안 타자로서 701경기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86도루, 출루율 0.366 장타율 0.556 OPS 0.922, 투수로서 86경기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481⅔이닝 608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 데뷔하자마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고 이후 2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고 3번의 올스타에 선정됐다.
가장 압권의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 수상한 것으로 지난해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음에도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출루율+장타율) 1.066, 투수로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그런 오타니인 만큼 LA 다저스도 구단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규모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카스텐 회장은 "오타니의 인기는 모든 걸 초월했다. 우리가 가장 장밋빛으로 바라봤던 전망조차도 뛰어넘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손꼽힌다. 언제나 혁신적인 시도로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선도했고 그만큼 슈퍼스타도 많았다. 흑인 최초의 선수 재키 로빈슨이 유색인종의 장벽을 넘어 LA 다저스에서 데뷔했다. 샌디 쿠팩스는 만 30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사이영상 3회, 월드시리즈 우승 4회로 짧고 굵은 기록을 남기며 전설이 됐다. 히스패닉 투수 열풍을 불러일으킨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비롯해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이후에도 탄생했고, 가장 마지막 슈퍼스타가 커쇼였다.
커쇼는 2008년 데뷔해 LA 다저스 한 팀에서만 통산 425경기 210승 92패 평균자책점 2.48, 2712⅔이닝 2944탈삼진을 기록했다. 2014년 투수 3관왕을 비롯해 MVP를 석권했고 총 3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8년 연속 우승을 비롯해 LA 다저스가 최근 11년간 10번의 지구 우승으로 왕조를 세우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2020시즌 32년 만에 LA 다저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긴 건 화룡점정이었다. 당장 은퇴해도 LA 다저스 영구결번에 명예의 전당 첫 턴 입성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커쇼다. 오타니는 그런 커쇼에 비견됐다.
LA 타임스는 "계약 후 3개월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오타니는 이미 커쇼와 같은 잠재력을 지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장에서 오타니는 자신의 재능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팬층을 움직이고 있다"고 극찬했다.
스프링캠프 내내 오타니는 많은 팬과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그뿐 아니라 경기장 내 매장에서 오타니 굿즈를 사기 위해 뛰어다니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온라인 판매시장도 활기를 띄었다. 홈 개막전과 오타니 버블헤드가 배포되는 경기의 입장권 가격이 폭등한 건 물론이었다.
카스텐 회장은 "메이저리그 공식 용품 후원사인 파나틱은 도전이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는 시즌 초반 버틸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상품을 확보했다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한 빠르게 다시 채워야 할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선수 하나가 티켓 판매를 주도하는 일은 거의 없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 혹은 몇몇 쿼터백이나 가능했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타니를 향한 열기에 동료 선수들의 반응도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당장 커쇼만 해도 "일본 문화를 접했을 때 그들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오타니가 그런 나라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놀라움을 느낀다"고 감탄했다. 마무리 에반 필립스도 "확실히 오타니는 국제적인 슈퍼스타에 걸맞은 신비로움과 아우라가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LA 다저스는 오타니와 10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이후에도 일본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1선발 잠재력의 타일러 글래스노우, '통산 159홈런 강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영입하는 등 슈퍼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지금의 이 시기를 다저스 야구의 황금기로 되돌려 놓는 것이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기준이지만, 오타니와 계약은 그 가능성을 확실히 높였다"고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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