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을 돌아가야"…소래생태공원 사유지 산책로 막혀 주민 불편

박소영 기자 2024. 3. 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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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소유 업체 '사유지 주장' 펜스로 막아
인천시·업체, 공원화 계획 장기화로 '갈등'
13일 오후 2시쯤 인천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서창지구 사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펜스 앞에서 주민들이 '출입금지' 안내문을 보고 있다.2024.3.13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늘 다니던 산책로가 갑자기 막혀 40분을 돌아가야 해요."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래습지 생태공원에 서창지구로 향하는 길을 막는 펜스가 인근 5곳에 설치됐다. 토지주가 사유지임을 주장하면서 길을 막은 것이다. 전날 오후 3시쯤 이곳에서 만난 서창2지구 LH아파트에 주민 김 씨(72·여)는 한숨을 쉬며 불편을 토로했다.

김 씨는 "서창지구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소래습지생태공원을 가기 위해 이 길을 이용하는데 최근 생긴 펜스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지인들과 같이 산책 겸 이 길을 통과해 소래포구까지 장을 보러 가는 약속이 있어서 펜스가 아직 설치돼 있나 보러 왔다"고 말했다.

펜스에는 '이 부지는 공원이 아닌 개인 사유지입니다'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붙여져 있었다. 안내문을 쓴 토지주 A 업체는 "인천시로부터 이 부지의 '단기간 내 공원화 계획이 없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공원 편입 예정지라는 점에서 그간 인천시와 (이 길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해 주민들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으나, 확실한 공원화 계획이 없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인근 주민들은 전날 해당 펜스를 강제로 뜯고 길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에 A 업체는 더 단단한 펜스를 세우고, 펜스 뒤에는 포클레인과 인력까지 배치해 뒀다.

주민들은 이 길을 자주 이용하고 있었다. 10분 남짓되는 시간 동안에만 주민 7~8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인 3~4명과 자전거를 타고 온 박 씨(43·남)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막혀 있어 당황스럽다"며 옆에 있던 주민에게 다른 길은 어디로 가야 하냐며 묻기도 했다. 주민 심 씨(78·남)는 "아무리 사유지라고 해도 도로인데, 사유지 안 밟고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냐"면서 "인천시와 소유주가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창2지구를 포함한 인근 주거지 주민들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를 30~40분을 돌아 공원을 가야 했다. 이때문에 주민들은 소래습지생태공원이 '반쪽짜리 공원'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원래 같았으면 'ㅁ'자 형태로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중 한 축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다. 공원 안에서 만난 이 씨(37·여)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를 빼고는 매일 이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며 "그런데 며칠 전부터 통로가 막혀서 한바퀴를 돌지 못하고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인천 남동구 소래습지 생태공원에서 서창지구를 향하는 길을 막는 펜스에 붙어있는 안내문 일부.2024.3.13 ⓒ News1 박소영 기자

이같은 상황은 인천시가 현재 소래습지생태공원과 갯골공원 사이 확장부지 22만3725㎡를 소유하고 있는 A 업체에 공원화 계획이 늦어질 것 같다는 통보를 한 뒤 발생했다.

A 업체는 폐염전부지 임대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지금의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 70만㎡ 부지의 원 소유주이다. 인천시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A 업체에 1000억 원 상당에 지금의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 부지를 매입했다.

인천시는 문제가 되는 확장부지(22만3725㎡) 매입에 대해서 재정상황을 고려해 장기사업으로 미뤄뒀다. '2040 공원녹지 기본계획'과 '2040 도시기본계획'에는 포함시킨 상태다. 현재도 다른 지역 장기미집행 공원 보상 문제가 남아 있어, 사업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확장부지의 추정가는 1000억 원이 넘는다.

인천시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A 업체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라며 "A 업체는 조속히 도시관리계획에 확장부지 매입 내용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부지 매입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는 어렵다. 다만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우회 길을 뚫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A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이 땅이 공원으로 편입된다고 해서 장기간 인천시와 주민들의 편의를 봐줬다"며 "주민들에게 이 길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매년 체결해 왔는데, 2021년 6월 이후 인천시가 재계약을 하고 있지 않다. 애초 공원을 매입할 당시 이 땅까지 매입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소래습지 생태공원.2024.3.13 ⓒ News1 박소영 기자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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