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한동훈 한계론’…윤 정부 심판론 확산 속 전략 부재

손현수 기자 2024. 3.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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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감독'이 뜬 건 좋았지만, 제작 환경은 그대로다. 스태프들 최저임금도 안 주고, 카메라도 후졌다. 그런데도 한동훈 위원장은 이런 사정은 외면하고 이재명 얘기만 반복한다." 13일,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4·10 총선을 앞둔 최근 당 상황을 영화 촬영 현장에 빗대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전 국무총리 3명이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으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만큼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의존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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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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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감독’이 뜬 건 좋았지만, 제작 환경은 그대로다. 스태프들 최저임금도 안 주고, 카메라도 후졌다. 그런데도 한동훈 위원장은 이런 사정은 외면하고 이재명 얘기만 반복한다.”

13일,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4·10 총선을 앞둔 최근 당 상황을 영화 촬영 현장에 빗대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전 국무총리 3명이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으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만큼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한 위원장 등판 초기와 다르게 최근 당 지지율이 정체되고,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출국 논란 등으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확산할 기류인데도 한 위원장이 마땅한 전략을 못 내놓고 있다는 ‘한동훈 한계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특히 당 안에선 야당이 연일 ‘런종섭’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종섭 대사 논란에 한 위원장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8일), “당대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12일)는 등 사실상 입을 닫고 있는 게 총선을 치르는 데 부담이 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은 다변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김건희 특검법’ 등 윤 대통령 관련 문제엔 유독 함구하고 있다. 이종섭 대사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관련 수사에 윤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다. 하지만 출국금지 상태에서 대사에 임명됐고, 이후 곧바로 출금 조처가 해제돼 호주로 출국했다.

서울 지역구에 출마하는 한 국민의힘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도 이종섭 출국 얘기가 나온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한 위원장이 이종섭 출국 논란에 각을 세우고 할 말은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는다. 결국 총선에선 ‘정부 심판론’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데, 이대로라면 한 위원장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기는 공천’이라고 강조했고 비교적 ‘잡음’ 관리에도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적 쇄신 대신 ‘현역 불패’, 특히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으면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못 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심판론의 불씨를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잡음은 민주당보다 덜했지만, 인적 쇄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경선을 치렀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빛을 본 반면, 쓴소리하던 의원들은 대부분 탈락했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사로잡아야 하는 중도층도 국민의힘에 기울어 있지 않다. 한겨레가 지난 8~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성인 남녀 1008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조사(CATI)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중도층 가운데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투표하겠다는 이는 25%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이(39%)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비례대표 투표 의향도 국민의미래는 24%로, 더불어민주연합(15%)과 조국혁신당(21%)을 합친 수치에 못 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는 최근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 투표는 민주당, 비례대표 투표는 조국혁신당)를 앞세워 야당 지지층을 흡수·확장하고 있는 데 비해, 한 위원장은 ‘운동권 특권 청산’이나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부활, 색깔론 같은 보수 편향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위원장이 하는 얘기가 처음엔 신선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구체적인 전략 없이 이미지로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부턴 다른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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