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다가 펼쳐지는 사무실…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아요”
5박 체류 조건 1박당 5만원씩 지원하니
이용객 1인당 지갑 열어 103만원 사용
“와~ 바다를 보면서 일 하다니, 여기가 일하는 사무실 맞나요?”
지난 12일 부산역 옆 아스티호텔 24층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만난 50대 구경모씨는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싼 서울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만 보다가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지니 뇌가 다시 가동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이곳을 방문했다는 그는 “제주도는 기상에 따라 비행기 운항 여부가 갈리고 렌터카를 빌려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도시철도나 시내버스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부산 워케이션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일본계 회사에 다닌다는 김지현(44)씨는 휴식을 위해 3주간 휴가를 내고 부산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다. 그는 “바다 조망이 너무 아름다워서 힐링이 된다. 내년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형 워케이션이 시작된 것은 2022년이다. 부산시가 인구가 줄어드는 중·동·서·영도·금정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객과 역외기업 유치를 위해 문을 열었다. 알려진 대로 워케이션은 휴양지의 사무실에서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겸하는 새로운 근무 트렌드다.
재원은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하는 지방소멸 대응기금이다. 부산시는 2022~2024년 사업비 71억원을 확보했다. 매달 2천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아스티호텔 24층 전체(708㎡·214평)를 임대해 거점센터로 꾸몄다. 이 거점센터 외에 4개의 위성센터가 부산에 더 있는데, 거점센터는 70여명, 위성센터는 10~30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이용객을 맞고 있다.
부산형 워케이션 이용자들은 바다 조망을 첫번째 매력으로 꼽는다. 거점센터는 커튼을 열어젖히면 오른쪽에 부산항 북항이, 서쪽엔 원도심 풍경이 펼쳐진다. 위성센터 더휴일은 부산대교와 바다를 볼 수 있고, 씨씨윗북에는 영도구 흰여울바다를 볼 수 있는 독립서점이 있다.
부산형 워케이션의 두번째 강점은 접근성이다. 거점센터는 부산역 바로 옆이어서 케이티엑스(KTX)를 타면 당일치기로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틱탁은 “서울 한국지사에 왔다가 이곳을 찾았다. 케이티엑스를 타고 저녁에 올라간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꼽는 부산형 워케이션의 세번째 매력은 숙박료가 지원된다는 것이다. 외지인이 평일 기준으로 5박 이상 머무르면 하루에 5만원씩 많게는 50만원(10박)까지 지원한다. 단 조건이 있다. 사업장 주소가 부산이 아니어야 하고 체류 기간의 60%는 거점·위성센터를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부산시는 “다른 지역 거주 직장인들이 부산에 오래 머무르면서 소비를 하고 가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기적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네트워킹 데이 ‘더블유데이’(W-DAY)는 가장 인기가 많다. 12일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디캠프’(d 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은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정보를 교환하고 투자 상담을 했다. 거점센터를 운영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장영은 팀장은 “프로그램을 짤 때 수요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정보통신·마케팅·문화 분야를 골고루 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부산형 워케이션을 이용한 이는 5박 이상 체류자 627명을 포함해 모두 1121명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45%), 30대(45%), 40대 이상(10%) 순서로 이용자가 많으며, 지역별로는 서울(66%), 경기(26%), 기타 지역(8%) 차례였다. 수도권에 사는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부산시는 “숙박료 지원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더니, 1인당 평균 103만원을 지출했다고 답했다”며 “숙박료 평균 지원금 30만원을 빼면 73만원을 더 소비한 셈”이라고 만족해했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부산형 워케이션은 투자한 만큼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됐으니 지속적인 운영의 필요성을 느낀다. 외국인 유치를 위해 독일 워케이션과 상호 교류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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