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그는 왜 국회 입성을 꿈꾸나[스팟+터뷰]
SPC 노조파괴 의혹,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 구의역 김군 사망사건···. 이들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가 있다.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이다. 지난 4일 황재복 SPC 대표이사가 구속되면서 권 변호사의 ‘기행’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재차 화제가 됐다. 권 변호사는 2022년 8월 허영인 SPC 회장의 집 앞에서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물구나무를 서 ‘괴짜 변호사’라고도 불렸다.
권 변호사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4번을 배정받았다. 그가 처음으로 제도권 정치에 도전한 것은 2016년 20대 총선이다. 용산 참사 당시 철거민들을 변호했던 그는 참사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새누리당 후보)을 막겠다며 ‘험지’ 경북 경주에 정의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15.9% 득표율로 낙선했고, 21대 총선에서 또 한 번 도전장을 냈지만 득표율 11.5%로 고배를 들었다.
거리로 돌아가 ‘변호사 활동가’로 지내온 그가 이번엔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도전한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만난 권 변호사는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 밖에 있는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를 더는 장래의 문제로 미뤄선 안 된다”며 “노동 중심성의 진보 정치를 다시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에서) 출마 요청이 있었고, 몇 차례 고사했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비례위성정당 출범이 확실시됐다. 독자적 진보정당이 정말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했다. 녹색정의당을 향한 많은 비판·비난을 알고 있지만,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사흘 앞둔 2월13일 출마를 결심했다.”
-과거 출마 요구를 거절했던 이유는.
“정당의 옷을 입는다는 건 노동·사회 운동을 하는 데 있어 여러 부작용을 수반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파에 따른 것으로 왜곡되거나, 목적을 의심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 운동이든 정치로 가서 제도화되지 않으면 목표로 한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정치와 거리를 두고 방임하면 윤석열 정부와 같은 반동적 정권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출마의 변에서 ‘진보정치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당의 위기는 여론조사만 봐도 나타난다. 지지율이 5%대에서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원 400여명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보고 깜짝 놀랐다. 일반 국민과 당원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곧 탈당하겠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은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신뢰마저 사라진 지금 ‘새롭게 출발하겠다’ 말하는 건 헛구호다. 실망의 실체가 무엇인지 성찰하지 않으면 떠난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당원에게도 외면받는 상황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느꼈다.”
-녹색정의당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21대 총선 이후 정의당 노동본부장을 수개월하고, 다시 거리에서 ‘변호사 활동가’로 일했다. 여러 대책위 활동을 하며 외부의 시선으로 당을 바라보게 됐다. 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느 순간부터 정의당이 고통받는 이들이 싸우는 현장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내에 안주하려는 정당처럼 비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당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고 하던 정의당이 그 정체성을 제대로 가지고 활동을 했는가. 실제로 정의당이 노동문제를 외면하거나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밖에서 봤을 땐 끝까지 책임성 있게 문제해결을 하려는 노력을 보였냐고 하면 참여 정도에 그쳤다고 본다.”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려고 하나.
“이번에 노동 중심성을 다시 세우겠다는 전통적 구호를 다시 들고나왔다. 이 시대에 노동 중심성의 진보 정치를 하려면 법 보호 밖에 있는 청년·고령·플랫폼 노동자들을 중심에 세워야 한다. 기후 정치도 노동 문제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 노동 계층이기 때문이다.”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입법·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불평등이 엄청난 사회 갈등 요인이 됐다. 임금에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회가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다음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소한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도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도 윤석열 정부 들어 무력화된 상태다. 법 집행을 제대로 하려면중대재해수사청과 같은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본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입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는 물론 그들과 연결된 지역 주민들의 경제·생존 문제다.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낳아선 안 된다. ”
-녹색정의당은 지난 12일 위성정당 위헌 확인 헌법소송을 제기했다.
“위성정당은 이른바 ‘페이퍼 정당’ 같은 것이다. 국민의 지지에 비례한, 국민을 닮을 국회를 만들라고 했더니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나눠 먹겠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소수자들의 지지 의사를 도둑질해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여론을 이용해 의석을 독점하려 한다. 비례성을 보장한 다당제를 통해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벗어나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로서 가장 먼저 가고 싶은 현장이 있다면 어디인가.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이다. 지난달 초 중처법 유예를 겨우 막고 난 뒤 시화공단에 계신 분과 통화를 하게 됐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중처법이 시행돼도 이곳은 85%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시행해야 한다고 외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또 있구나. 충격을 받았다.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하는 때다.”
-어떤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가.
“나의 아버지는 광산 노동자였고, 나는 해고노동자였다. 변호사가 된 후 ‘변호사 동지’라고 불렸을 때 기쁨을 느꼈다. 국회에 들어가서도 ‘국회의원 동지’란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장을 중심에 둔 의정 활동을 하겠다 약속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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