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 "아름다운 프랑스 작품 소개하고 싶었죠"
[파이낸셜뉴스] “어릴 적부터 프랑스 음악 연주하는 걸 매우 좋아했어요.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흐르죠. 황혼이나 연무 같은 자연이 갖고 있는 색채를 떠올리게 하고, 또 로맨스라든지 무드, 사랑을 향한 갈구 같은 것도 있고요.”
‘중국의 모차르트’ ‘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 비싼 피아니스트’ 그리고 한국계 아내를 둔 덕에 결혼 이후 ‘랑서방’으로 불리는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42)이 파리의 감성을 안고 돌아왔다. 지난 5일 낭만주의 작곡가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동물의 사육제’ 등이 수록된 ‘생상스’ 음반을 발매한 그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마디로 아름다운 프랑스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내뿜었다.
유럽 투어 중에 자주 가족과 프랑스 파리에 머문다고 밝힌 랑랑은 “중국은 매우 바쁜 도시고 미국 뉴욕도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면 파리는 아주 느긋한 도시”라며 “조금은 게을러져도 괜찮은 도시인데, 그게 음악에도 반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음악에서 느껴지는 동양적 감수성도 언급했다. “아시안 연주자로서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로 같은 경우 마치 한국이나 중국 음악과 좀 비슷한 느낌이 있죠."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이 낸 ‘생상스’는 생상스와 라벨, 드뷔시 등 프랑스 유명 작곡가의 작품뿐 아니라 릴리 불랑제, 제르맹 테유페르 등 당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다섯 프랑스 여성 작곡가의 작품도 랑랑 특유의 자유로운 연주로 담아냈다.
음악 팬들에게 다소 낯선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수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그는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작품 중 너무 무겁지 않은 곡을 찾다 발견했다”며 이날 샤를로트 소이의 곡을 짧게 연주하기도 했다. “사실 전혀 몰랐던 곡인데, 접하자마자 사랑에 빠졌죠."
그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피아노 협주곡이 독일이나 러시아 작곡가들에 비해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특히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탁월함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곡들은 조금 더 아트적이라거나 아니면 영화 음악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피아노 협주곡 2번' 같은 경우 콩쿠르에서는 많이 연주되는데 프로 연주자들은 자주 연주하지 않는데. 이러한 상황도 변하면 좋겠어요. (피아니스트) 호로비츠 덕분에 스트라빈스키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많이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라도 누군가가 그 곡을 발견해 연주하면 재발견돼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잖아요."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별함은 아내인 독일계 한국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 제2 피아니스트로 참여한 것이다.
랑랑은 아내에 대해 “매우 훌륭한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며 “단순히 피아노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도 한다. 또 클래식부터 팝까지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게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은근히 압박을 준 사실도 솔직히 털어놨다. 랑랑은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연주를 했는데 당신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냐고 압력을 줬다”며 “아내에게 종종 하는 농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무대에서 연주를 정말 잘하면 가족이지만 만약에 엉망으로 연주하면 동료일 뿐이라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 우리 부부는 평소 연주를 즐겨요. 무슨 연유인지 요즘 첼로에 푹 빠진 아들이 유일한 관객이죠.”
마치 프랑스 영화처럼 낭만적이면서도 단란한 가족의 분위기는 이번 앨범에도 고스란히 담긴 듯하다. 이번 앨범에는 카미유 생상스와 각별한 인연에 있었던 280년 전통의 민간 관현악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로 참여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는 “‘동물의 사육제’를 녹음하면서 단란한 가정의 화목한 분위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녹음 작업으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생상스 음악에 대해 고유한 접근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라며 뿌듯해 했다.
랑랑 역시 “생상스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게반트하우스가 정통성을 갖고 있다”라며 “연주가 매우 풍성하고 깊이가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어떤 지휘자들은 ‘동물의 사육제’는 20분 리허설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유명하다고 대충 할 수 있는 곡이 아니에요. 넬슨스는 굉장히 바쁜 지휘자인데도 매우 진지하게 연주에 임해 무척 고마웠죠.”
랑랑국제음악재단을 통해 재능 있는 한국 출신 피아니스트를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귀띔한 랑랑은 오는 11월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양하게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계속 레퍼토리를 확장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고요. 이번 한국 리사이틀에선 쇼팽의 마주르카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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