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논리구조를 지닌 韓中, 왜 中만 유독 반발하나? [fn기고]

이종윤 2024. 3.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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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의 대만·남중국해 입장,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각 입장서 논리성 같아
 -중국, 상대에 대한 상호존중의 대칭성 결여...한중관계 발전의 걸림돌
 -중국, 한국의 대만 입장 표명 내정간섭 말참견 허용하지 않는다 반발
 -한국, 중국의 한반도 문제 언급에 내정간섭이라고 몰아세우지 않아
 -한국, 도발의 주체 된 적 없어.. 중국, 도발 주체 북한에 추궁 없어
 -한·중 분명한 점은 역내 ‘평화와 안정’ 메시지... 논리적 구조가 같아
 -한·중 복합위기 구도 인식, 지정학적 연결성 주목도 논리구조 동일
 -中 한반도 문제에 매사 입장 표명, 韓은 남중국해 입장표명 안 된다?
 -동일한 논리구조 수용, 상호존중 원칙...국제사회서 위상 인정 받을 것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의 대만 문제 및 남중국해 입장은 논리적 측면에서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과 완벽히 일치한다. 한편 입장의 논리성은 일치하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 수준은 크게 다르다. 이러한 상호존중의 대칭성 결여는 한중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입장의 논리적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 우선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에 대한 양국 입장의 논리적 구조는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독 강조해 왔다. 심지어 중국은 북한이 핵강압을 포함해서 물리적 도발을 감행해도 북한에 대한 책임추궁은 외면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만을 반복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긴장을 조성할 때도 중국은 그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는 메시지만 읊조렸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 한국도 중국처럼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유독 한국의 대만 입장 표명에 좌불안석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2월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CNN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다른 사람이 말참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 논리라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두고 한국도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추궁할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한반도 문제 언급에 대해서 내정간섭이라고 몰아세우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이 상호존중의 원칙을 준용한다면 한국이 대만 문제가 국제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중요하다는 한국의 지극히 상식적인 메시지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북한이 도발에 나선 명확한 사실 앞에서도 도발 주체에 대한 추궁 없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메시지만 반복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도발의 주체가 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역내 안정이 중요하다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두고 중국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몰상식한 모습이다. 분명한 점은 ‘평화와 안정’이라는 메시지는 논리적 구조가 같다는 것이다.

둘째, 지정학적 연결성 논리도 동일하다. 한반도 문제와 국제안보의 연결성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대만 문제 및 남중국해와 국제안보의 연결성에 대한 한국의 인식과 논리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도 중국은 동일한 논리구조를 지닌 이러한 한국의 입장을 균형적 시각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지난 3월 4∽11일간 진행된 중국의 양회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세계가 충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다”는 우려와 함께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냉전적 대결로 역행하려는 이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 말은 한반도 위기가 국제안보나 지역안보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안보와 무관치 않다고 인식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대만 문제가 국제안보와 무관치 않다는 입장이다.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복합위기 구도를 인식하고 지정학적 연결성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입장의 논리구조가 동일한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논리구조인데 중국만 유독 반발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해 온 ‘조화’라는 단어의 성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남중국해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남중국해에서 힘을 통한 현상변경은 국제적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이 남중국해만의 문제로 끝나는 일이 아니란 의미다. 2024년 3월 7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필리핀 간 물리적 충돌 관련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전, 규칙기반 질서 유지 및 해당수역에서 유엔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중국은 한국의 가치중립적 입장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년 3월 12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도 아닌데 최근 몇 년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중국을 암시해 언급하거나 비난해 왔다”며 한국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이 남중국해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정 국가가 국제원칙을 위반해도 아무런 입장표명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라면, 중국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아무런 입장표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치에 부합하다. 그런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매사에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국이 국제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하면 바로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마디로 동일한 논리구조, 상이한 대응 그 자체다. 동일한 논리구조임에도 중국이 유독 반발하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현상변경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초조함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강대국 경쟁 구도에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면 책임 있는 자세와 상호존중의 기본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동일한 논리구조도 수용하지 않는 초초함으로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로 위상을 제고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동일한 논리구조를 수용하고 상호존중의 원칙을 준수하면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그 위상을 조금씩 인정을 받을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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