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스타들이 오클랜드에 남긴 유산들, 올해는 빛날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유산'들이 올해는 그 가치를 드러낼까. 봄의 흐름은 좋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최근 몇 번의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팀 중 하나였다. 2018-2020시즌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탄탄한 전력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팀들이 오클랜드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두 번이나 승자가 됐다. 애틀랜타는 2022시즌에 앞서 1루수 맷 올슨, 2023시즌에 앞서 포수 션 머피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뉴욕 양키스는 2022년 여름 선발 프랭키 몬타스와 불펜 루 트리비노를 영입했다.
오클랜드는 스몰마켓 구단의 한계로 '선수가 비싸지면 유망주와 바꾸는' 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오클랜드가 트레이드 시장에서 내보낸 선수들은 모두 스타급 선수들. 오클랜드는 이들에 대한 대가로 '유망주 패키지'를 요구했고 상대 구단들 입장에서 오클랜드와 단행하는 트레이드는 대형 FA 계약 수준의 승부수인 셈이었다.
오클랜드는 해당 트레이드로 수많은 선수들을 얻었다. 올슨을 내주고는 셰이 랭글리어스, 크리스티안 파세, 조이 에스테스, 라이언 쿠식을 얻었고 머피를 보낸 삼각 트레이드 때는 카일 뮬러, 매니 피냐, 프레디 타녹, 로이버 살리나스, 에스테우리 루이즈를 얻었다. 몬타스와 트리비노 트레이드에서는 JP 시어스, 켄 왈디척, 루이스 메디나, 쿠퍼 보우먼을 영입했다.
하지만 이들 중 오클랜드 입단 후 빅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루이즈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에 올랐고 시어스와 랭글리어스가 주전으로 도약했지만 모두 성적은 리그 평균 이하였다. 이미 오클랜드를 떠난 선수도 있고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도 있다. 반면 양키스로 향한 몬타스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기는 했지만 애틀랜타로 향한 올슨과 머피는 올스타로 맹활약했다.
특급 선수들을 '헐값에 퍼줬다'는 혹평이 오클랜드를 향해 쏟아졌다. 팀 성적도 당연히 최악의 연속이었다. 오클랜드는 2022-2023시즌 합계 110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는 다저스가 2022년 한 시즌(111승)에 거둔 승리보다도 적었다. 올해도 오클랜드의 전망은 밝지 않다.
그래도 지난 2년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는 희망은 있다. 트레이드로 남은 '유산'들 중 올 봄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이하 기록 3/13 기준).
올슨과 바꾼 1997년생 포수 랭글리어스는 신인드래프트 전체 9순위(2019) 지명자 출신 특급 기대주였다. 2020-2022년 꾸준히 TOP 100 유망주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주전 포수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제대로 경험을 쌓았다. 비율 지표는 좋지 않았지만 홈런을 22개 쏘아올리며 가능성은 보였다. 랭글리어스는 시범경기 11경기에서 .355/.429/.581 2홈런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2020년 이후 최고의 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세부지표에서 발전한 모습이 있었던 만큼 올시즌의 활약도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32경기 172.1이닝 5승 14패,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한 1996년생 좌완 시어스는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규정이닝을 충족시키는 성과를 냈다. 빅리그 2시즌 경력에 규정이닝까지 경험한 시어스는 올 봄 굉장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시범경기 3경기에 선발등판해 8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삼진 12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1개만 허용하는 안정적인 제구력을 과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1경기 77이닝, 1승 5패, 평균자책점 7.60을 기록한 1997년생 우완 뮬러도 올 봄 페이스가 좋다. 시어스와 마찬가지로 시범경기 3경기에서 8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시어스보다 투구 내용은 아쉬웠지만 지난 2년보다 훨씬 안정적인 봄을 보내고 있다.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지만 충분히 올시즌 활약을 펼칠 수 있다.
아직 초청선수 신분인 2000년생 내야수 보우먼도 시범경기 9경기에서 .455/.500/.636의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시즌을 더블A에서 마친 만큼 당장 빅리그에서 볼 수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커지고 있다. 비록 부상으로 개막 로스터 합류가 어려워졌지만 1999년생 우완 메디나 역시 시범경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0의 안정적인 피칭을 펼쳤다. 부상 복귀 후 빅리그에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유망주의 성패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오클랜드처럼 주축 스타 선수를 유밍주로 바꿔 전력을 갖추는 스몰마켓 구단 입장에서 유망주의 실패는 뼈아프다. 팀을 대표하던 스타들을 '사실상 공짜로 퍼준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는 그들이 남긴 '유산'들이 활약을 해줘야 한다. 과연 희망의 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올시즌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셰이 랭글리어스와 JP 시어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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