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가직' 소방관..중앙정부에 인사·예산권 無·인력 부족 심화
국가직 전환에도 인사·예산권은 여전히 지자체장 소관
인력 문제 더 심각해져..매년 소방관 증가폭 둔화 심화
유일한 국세 '소방안전교부세'..올해말 일몰되면 폐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직인 만큼 인사와 예산을 중앙 정부가 맡아야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에 종속돼 있는데도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산·인사권’ 여전히 지자체장 소관..정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
실제 현장의 소방관들은 국가직 전환으로 달라진 것은 없는데 오히려 기존 시도지사 외에 소방청의 관리와 간섭만 추가로 받아야 하는 현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본다. 국가직 전환의 핵심은 예산과 인사권이 국가(소방청)로 이양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전히 소방관들에 대한 예산 및 인사권은 각 시도지사들에 있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소방 노조들이 “온전한 국가직 전환”을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소방관들의 주장을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신분이 국가직으로 된 것은 맞는데 소방 사무는 원래 지자체 소관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는 체계”라며 “시도지사가 재난안전 관리의 통합 주체로서 소방관들을 지휘를 한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어 참 어려운 과제”라고 언급했다.
소방안전교부세 마저 일몰 위기..소방안전 장비·시설 확충 요원
소방 관련 예산권과 인사권이 여전히 지자체장에게 존속되어 있는 가운데 소방안전 장비·시설 확충 등을 위한 소방안전교부세 마저 일몰 위기에 놓여 있다. 이창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사무총장은 “예산이 모두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에 따라 장비의 품질이나 수당 등 처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실질적으로 소방관에 책정돼 있는 국가 예산은 소방안전교부세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일몰제로 올해 없어질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전국 17개 시도의 소방 인력 운용과 소방안전 장비·시설 확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됐다.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총액의 45%를 재원으로 하며 교부세의 75% 이상을 소방 분야에 투자하게 한 한시 특례 조항이다. 두 차례 연장 끝에 지난해 12월 말 일몰을 앞두고 있었으나 일몰 규정이 올해까지 1년 추가 연장됐다.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난 2020년 직후 약 2만 명이 증원된 것이 유일한 성과지만 현장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은 1336명으로 전년 1083명 대비 23.3% 늘었다. 순직자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40명에 달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 1월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할 당시 해당 구조대가 정원 미달인 채 작전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3월 전북 김제시 주택 화재 때도 인력 부족으로 소방관 2명만 투입했다 순직 사고가 발생했으며 같은 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창고 화재의 경우 인력이 없어 구급 대원이 소방 업무에 투입됐다 순직했다.
소방관들은 결국 모든 사고의 원인은 인력 부족 문제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2023 소방청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 말 기준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 수는 780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3건의 순직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 일선 현장에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정도로 여전히 인력은 부족한 데다 지역별 편차도 큰 상황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공무원 정원 감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지난 2022년 소방공무원은 189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증가폭이 더 줄어 전년도 대비 138명 늘었을 뿐이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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