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보다 이정후 왜? 최근 10년 신인왕 야수가 84%..."SF 변혁시킬 점화 플러그" 극강의 찬사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MLB.com은 13일(이하 한국시각) '2024년 주요 개인상 유력 후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정후를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가장 유력한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 후보로 지목됐다.
기사를 쓴 윌 리치 기자는 양 리그 6개 지구별로 MVP와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 올해의 감독 등 4개 부문 유력 수상자들을 선정했다. 이정후가 NL 서부지구의 '신인왕'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리치 기자는 '자이언츠는 이번 오프시즌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그 가운데 이정후는 프랜차이지를 가장 많이 변화시킬 선수로 꼽힌다'며 '그는 빠른 스피드에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 오라클파크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선수다. 그리고 한 개로 충분한 팀의 점화 플러그(spark plug)가 될 수 있는 선수이며, 부지불식간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극강의 찬사다.
지난해 공격력이 허약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얘기다.
리치 기자는 NL 동부지구와 중부지구에서는 각각 마이애미 말린스 우완 맥스 마이어, 시카고 컵스 일본인 투수 이마나가 쇼타를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았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가능성 높은 신인왕 후보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커리어나 몸값에서 야마모토에 필적한 신인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야마모토는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발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와 사와무라상을 차지했고, 통산 평균자책점 1.82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가운데 역대 가장 좋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포스팅 투어를 할 때 야마모토에 구체적인 오퍼를 한 팀은 1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했지만, 뉴욕 양키스도 10년 3억달러 이상을 제시했고, 뉴욕 메츠가 다저스와 같은 조건을 오퍼했다는 후문이다.
리치 기자가 왜 그를 뺐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정후를 유력한 NL 신인왕 후보로 본 것은 대단히 주목할 만한 평가다.
물론 야수인 이정후를 야마모토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정후는 역대 KBO 출신 타자 가운데 최고의 타격 기술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20개 가까운 구단이 관심을 나타냈다. 컨택트 능력과 빠른 발, 안정적인 수비 등 5툴은 아니더라도 3~4툴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KBO리그 7시즌 통산 타율 0.340, 통산 삼진 비율 7.7%에 주목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이정후는 두 부문에서 기대만큼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8경기에서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 2볼넷, 3삼진, 출루율 0.375, 장타율 0.500, 삼진 비율 12.5%를 마크 중이다.
파워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듣는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 11일 이정후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전설 이치로 스즈키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이정후의 배팅 연습을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파워가 있다. 이치로처럼 뒷발에 중심을 두고 공을 때린다. 며칠 전 109마일 타구를 우측으로 날려보냈다. 분명히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왕과 MVP 경쟁에서 투수보다는 타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메이저리그는 타자 중심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1947년 올해의 신인 시상이 시작된 이래 투타 겸업인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한 수상자 152명 가운데 투수는 39명으로 타자 113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4년 이후 최근 10년을 봐도 오타니를 빼면 투수 3명, 타자 16명으로 타자의 비율이 84.2%로 압도적이다. 이런 통계에 비춰 리치 기자가 이정후를 선택했을 지 모른다.
만약 이정후와 야마모토가 올해 NL 신인왕 경쟁을 벌인다면 이는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순위 경쟁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특별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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