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⅓이닝 5실점→1이닝 퍼펙트' 고우석, ML 개막 로스터 합류가 보인다…日 언론도 주목 "최종 등판서 만회"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시범경기 최종 등판에서 만회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1이닝 동안 투구수 9구, 무실점으로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겨울 전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전력을 보강했던 나머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까닭이다. 이로 인해 선발진은 물론 불펜 뎁스까지 크게 헐거웠다. 특히 '특급마무리' 조쉬 헤이더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하게 되면서 뒷문을 지킬 이도 없어졌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전력을 보강해 나갔다. 그 중의 한 명이 고우석이었다.
지난해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뜻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우석은 2023시즌 일정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신분조회 요청이 100%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우석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 이에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포스팅이 마감되기 직전 샌디에이고가 관심을 보인 끝에 2년 450만 달러(약 59억원)의 버저비터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손을 잡은 직후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고우석을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20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고 이번 겨울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된 마쓰이 유키, 일본프로야구 시절 2년 연속 세이브왕에 올랐던 로버트 수아레즈, FA 시장을 통해 영입한 완디 페랄타까지 네 명의 선수가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에서도 고우석과 마쓰이, 수아레즈의 3파전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샌디에이고의 뒷문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단연 수아레즈다. 수아레즈의 올 시즌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에서 5⅓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6.75로 매우 부진한 편이다. 그런데 이 성적이 경쟁자들에 비해 매우 앞서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쓰이의 경우 데뷔전에서 1이닝을 'KKK'로 막아내는 압권의 투구를 펼쳤지만, 이후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고우석의 성적은 수아레즈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 명단에 있는 투수 중 가장 늦게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피안타 1개를 허용했으나,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남겼다. 이에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그 어떤 투수보다 고우석의 스프링캠프 기간이 길었던 것은 일리가 있었다. 고우석은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잡았다"며 "그 기다림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고우석은 4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1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부진하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후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으나, 지난 1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매우 충격적인 경기를 치렀다.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시작부터 메이저리그 '간판타자' 마이크 트라웃에게 3루타를 허용하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고우석은 무사 3루 위기에서 리반 소토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후속타자 애런 힉스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우석은 이어지는 무사 2루에서 테일러 워드에게도 연속 적시타를 맞았고, 이후 브랜든 드루리에게 투런홈런을 허용,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하고 5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고우석은 로건 오하피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힘겹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으나, 후속타자 잭 네토를 실책으로 내보낸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행히 바통을 이어받은 션 레이놀즈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으나, 고우석은 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5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이 투구로 인해 고우석의 입지는 매우 불안해졌다. 자칫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하지만 일단 고우석은 13일 악몽을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고우석은 애리조나를 상대로 2-2로 맞선 6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모두 빠지기 전. 고우석은 첫 카자 카일 갈릭을 상대로 2B-2S에서 변화구를 던져 유격수 직선타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이어 알버트 알모라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고, 후속타자 터커 반하트 또한 3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평소보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 모양새였지만, 맞춰잡는 투구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는 26명의 선수로 구성되는데, 'MLB.com'에 따르면 서울시리즈의 경우 3명의 선수가 추가로 합류할 수 있다. 혹시 모를 부상 등을 고려해 특별 엔트리가 시행되는 셈이다. 따라서 26명 외의 5명의 선수가 추가로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 이중 3명의 선수가 20일 열리는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게 되는 셈이다.
고우석이 13일 경기에서도 부진했다면, 3명의 선수가 추가로 개막 로스터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13일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서, 다시 한번 가능성은 높아졌다. 지난 11일 에인절스전을 제외하면 고우석의 성적은 4경기 평균자책점 2.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언론도 최근 고우석의 모습을 주목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직전 등판의 오명을 벗었다. 고우석은 6회 카일 갈릭을 유격수 직선타, 알버트 알모라와 터커 반하트를 각각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며 "직전 등판에서는 에인절스를 상대로 드루리에게 투런홈런을 맞는 등 ⅓이닝 동안 4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스포니치 아넥스'는 "샌디에이고는 15일 한국으로 입국할 예정이며, 17일 팀 코리아, 18일 고우석의 친정팀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를 통해 20일 다저스와 개막전을 준비한다"며 "고우석은 모국 한국에서 다저스와 개막전 합류 여부에 불안감을 남겼지만, 시범경기 최종 등판에서 만회했다"고 서울시리즈 엔트리에 합류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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