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 "하청도 직고용 해야"…잇단 판결에 떠는 산업계

法, 작업실적관리시스템(MES) 근거로 '불법파견' 판단… 산업계 "과도한 해석"

2022년 9월21일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금속노조

최근 법원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산업계의 고민이 커진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추가 소송에 나서는 하청 근로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250명이 제기한 5차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포스코가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월에도 서울중앙지법은 HD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27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61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 2건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원청기업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업실적관리시스템(MES)을 통해 작업대상과 순서를 정했다는 점에서 원청의 지시를 받았다고 봤다.

MES는 생산 현장에서 전산을 통해 작업 환경, 제어, 물류 추적, 상태 파악, 불량 관리 등 정보를 공유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산업계는 근로자 파견과 사내도급의 구분이 모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급계약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인데 불법파견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MES를 원청의 지휘·명령 도구로 판단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대부분의 연속공정 사업장에서 MES를 활용하고 있어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주요 제조업체들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MES는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기업에서 도입한 후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등 제조업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잇단 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송에 나서는 근로자들이 증가할 전망이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1556명은 총 8차례로 나눠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1·2차 소송은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했고 3·4차 소송은 고법까지 승소를 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700여명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총 5건이다. 이번에 판결이 확정된 소송은 1차 집단소송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MES는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으로 현장에서 보조 도구로 활용할 뿐"이라며 "MES를 통해 하청 근로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법원의 해석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