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하는 암컷 범고래, 번식 대신 가족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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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와 벨루가 등 일부 고래 종 암컷이 겪는 폐경은 수명을 늘리고 가족을 돌봐 무리에 이득을 주기 위해 진화된 결과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사무엘 엘리스 영국 엑서터대 심리학과 동물행동연구센터 강사 연구팀은 폐경을 겪는 고래 암컷이 번식 가능 기간을 줄이는 대신 수명을 늘리고 가족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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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와 벨루가 등 일부 고래 종 암컷이 겪는 폐경은 수명을 늘리고 가족을 돌봐 무리에 이득을 주기 위해 진화된 결과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사무엘 엘리스 영국 엑서터대 심리학과 동물행동연구센터 강사 연구팀은 폐경을 겪는 고래 암컷이 번식 가능 기간을 줄이는 대신 수명을 늘리고 가족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겪는 폐경이 매우 당연한 현상이지만 자연에서 폐경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동물 종에서 진화는 보통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평생 번식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5000여 종의 포유류 동물 중 폐경을 겪는 동물은 사람과 '이빨고래'로 불리는 고래 5종까지 총 6종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폐경을 겪는 짧은지느러미참돌고래, 참돌고래, 범고래, 일각고래, 벨루가고래 암컷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고래 종 암컷보다 오래 산다. 성별에서 차이가 나기도 한다. 40년 정도 사는 수컷 범고래와 비교해 암컷 범고래는 80년 넘게도 산다. 인간도 폐경을 겪으며 수명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팀은 폐경이 손자·손녀 세대를 돌보기 위해 진화했다는 '할머니 가설'과 자식 세대와 번식기간이 겹치면 나이 든 암컷이 새끼를 키우기 어려워져 번식 기간을 줄였다는 '번식투쟁 가설' 등 폐경에 대한 기존 가설을 바탕으로 이빨고래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폐경이 있는 고래는 폐경이 없는 종에 비해 암컷이 손자·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자식(딸)과는 동시에 번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회 구조와 암컷의 생활사가 폐경이 진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를 함께한 대런 크로프트 영국 엑서터대 교수이자 고래연구센터 이사는 "폐경의 진화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며 "암컷이 자손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평생을 보내는 사회 구조가 필요하고 암컷이 폐경 이후 무리의 생존을 돕는 이득이 번식 중단에서 오는 손해보다 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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