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위암 의료 정책을 바꾼 ‘일본의 셰익스피어’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작품으로는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당대 영국 유학파로, 수필·한시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메이지 시대 대문호로 꼽히며, 소세키의 초상은 일본 지폐 천엔권에 모셔지기도 했다.
그가 1905년에 발표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는 말하는 이가 고양이로, 어느 새끼 고양이가 학교 영어 교사 집에 들어가 빌붙은 후, 고양이로서 겪는 일과 교사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저렇게 매일 빈둥거리며 지내면서도 선생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고양이라고 하지 못하란 법도 없겠다”라며 너스레 떨면서 세상에 대한 풍자를 늘어놨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을 쓴 조성관 작가는 “소세키는 평생 위궤양에 시달렸고, 수선사라는 절에 휴양 갔다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정신을 잃은 적도 있다”며 “극심한 위경련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도리를 외쳤다”고 말했다.
소세키는 결국 위궤양 출혈로 향년 49세에 세상을 뜬다. 그의 죽음은 현대 일본의 의료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위궤양의 주된 원인은 위장에 살며 위산을 먹고 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파일로리균이 위점막을 헐게 하여 위암 발생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균 감염 시 10일 정도의 항생제 제균 치료를 하면, 위궤양·위암 예방 효과를 얻는다. 일본에서는 이를 건강보험으로 광범위하게 지원해주는데, 그 당위성을 말할 때마다 소세키의 위궤양 죽음이 거론된다. 소세키가 현대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면, 오래 살면서 많은 작품을 더 남겼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위장병 증세가 있고, 균 감염이 있으면 제균 치료가 건강보험으로 지원된다. 소세키의 삶은 짧았지만, 죽음은 길게 이어지며 후대를 살리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