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분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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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 식스(Birmingham Six)'는 영국 형사 사법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이자 공권력 및 사법부의 무능과 대중적 불신의 상징적 용어로 쓰인다.
원래는 1974년 버밍엄 연쇄 폭탄테러의 범인 6명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그들이 체포-투옥된 지 16년 3개월여 만인 1991년 3월 14일 석방되면서 그렇게 됐다.
민족적 분노와 그릇된 신념으로 반IRA 카르텔처럼 작동한 영국 형사 사법 시스템은 결국 오명만 쓴 채 버밍엄 테러의 실체적 진실에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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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 식스(Birmingham Six)'는 영국 형사 사법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이자 공권력 및 사법부의 무능과 대중적 불신의 상징적 용어로 쓰인다. 원래는 1974년 버밍엄 연쇄 폭탄테러의 범인 6명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그들이 체포-투옥된 지 16년 3개월여 만인 1991년 3월 14일 석방되면서 그렇게 됐다. 영국 경찰과 검찰, 사법당국은 그들의 일관된 무죄 주장과 알리바이 증언, 끊임없이 제기된 자백 및 증거 조작 시비를 묵살하던 끝에 일부 언론의 줄기찬 문제 제기와 국민적 석방 여론에 마침내 굴복, 각 21년 징역형의 원심 판결을 무효화했다.
1974년 11월 21일 저녁 버밍엄 중심가 술집 두 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약 10분 간격으로 일어난 테러로 211명이 숨지고 다수가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반영무장단체인 아일랜드공화국군임시파(IRA)의 소행으로 판단, 다음 날 아일랜드인 6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60년대부터 버밍엄에 거주하던 그들 중 다섯 명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IRA 대원의 장례식 참석차 사건 직전 도시를 떠나 고향 벨파스트로 향하던 중이었고, 조명공장 용접공이던 휴 캘러헌은 자택에서 연행됐다. 경찰은 벨파스트로 향하던 이들이 첫 심문에서 여행 목적을 밝히지 않은 점, 나중에 검사 결과가 뒤집혔지만 폭발물 잔여물 검사 양성 판정 등을 근거로 그들을 기소했고 법원은 75년 8월 각 2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앞선 조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폭행과 고문, 진술 강요가 이어졌다. 개공포증이 있던 캘러헌의 감방에 저먼셰퍼드를 집어넣기도 했다. 법원은 폭행 혐의로 기소된 교도관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고문 경찰에 대한 민사 소송도 기각했고, 버밍엄 식스의 항소심 역시 기각했다. 민족적 분노와 그릇된 신념으로 반IRA 카르텔처럼 작동한 영국 형사 사법 시스템은 결국 오명만 쓴 채 버밍엄 테러의 실체적 진실에 닿지 못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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