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과 선거는 사회통합의 마지막 보루 [기고]

2024. 3.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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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객관적 사실을 믿고 싶은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는 성향이 강하다.

빳빳한 투표지는 현미경을 통해 살펴보니 접힌 흔적이 발견되기도 해 부정선거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엔 적혀있다.

올 4월 총선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결과를 누구나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최대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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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모의개표 실습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역구 투표용지 수검표 실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람은 객관적 사실을 믿고 싶은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인지오류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의 정보 공개는 신뢰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재판에서도 확증편향 때문에 증거와 증언, 정황에 따르면 판결이 명확한데도 억지 정보들을 근거로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에 판결의 수용성을 높이고자 도입한 제도가 재판과정의 공개와 판결문 공개 및 국민참여재판제도이다.

지난 선거들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높이고자 투표함 봉인지 부착,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별도설치 등 보안성 강화조치와 함께 이런 활동들을 참관인 제도 등을 통해 공개했다. 그런데도 제21대 총선과 관련해 제기된 선거소송은 총 126건에 달했다. 선거무효소송 122건, 당선무효소송 2건, 선거·당선무효 소송 2건이었다. 해당 소송들은 기각 95건, 각하 8건, 일부각하·기각 2건, 소장각하 7건, 소취하 14건으로 종결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는 11건이 제기돼 현재 3건이 진행 중이다. 확정된 사건들은 모두 의혹 제기자인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배춧잎투표, 일장기투표, 빳빳한 투표지 의혹은 판결을 통해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빳빳한 투표지는 현미경을 통해 살펴보니 접힌 흔적이 발견되기도 해 부정선거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엔 적혀있다. 투표지 분류기가 오동작됐다는 사건도 검증 결과, 수작업 개표에서의 오류만 발견됐고 투표지 분류기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올 4월 총선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결과를 누구나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최대한 공개할 예정이다. 투표지 분류기에 의해 분류된 투표지를 손으로 직접 검수하는 수검표 과정이 도입됐으며,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폐쇄회로(CC)TV를 시도선관위에서 24시간 상시 공개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행정 절차 때문에 선거제도는 더 복잡해지고, 사회비용은 더 늘어나겠지만 선거결과의 수용성이 높아진다면 응당한 투자일 것이다.

선거관리 절차의 하자나 의혹을 짚어내고 바로잡는 것은 선거인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막연한 의혹 제기는 큰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선관위는 선거 절차를 최대한 공개하고 유권자는 성숙된 민주의식을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 없이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면, 제도를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끝없는 의혹제기의 굴레에 갇히게 될 뿐이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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