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로 한국인 잡혀갔는데도 블라디 총영사관은 조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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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간첩죄로 체포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현지 재외공관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주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과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잡혀간 백씨 관련 정보를 포함해 어떠한 공지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이전부터 현지 선교사나 인권지원단체 등과 주기적으로 접촉하며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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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지원하다 선교사 추방되기도
선교사협의회와 주기적 소통하며 주의 당부
총영사관, 관계자들에 별도로 연락…'로우키'
현지 선교사들 "종교활동 안전에는 문제없다"
러 "한국과 긴밀히 접촉… 영사 접견권 검토"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간첩죄로 체포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현지 재외공관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주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과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잡혀간 백씨 관련 정보를 포함해 어떠한 공지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현지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며 경각심을 불어넣을 법도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러시아 정부가 국영매체를 통해 백씨 체포 사실을 공개했는데도 정부가 이 사안을 다루길 꺼리는 모습이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이전부터 현지 선교사나 인권지원단체 등과 주기적으로 접촉하며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이들의 활동이 탈북민 지원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지정학적 특성도 반영됐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연결되는 접경지인 데다 주요 항구가 위치해 세계 각국의 정보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때문에 선교사나 인권활동가가 러시아 보안당국에 일시적으로 조사를 받는 등 까다로운 영사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당국자는 "연해주 선교사협의회를 포함해 한인단체들과 지역 안전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다"며 "탈북민 지원을 할 때도 직접 나서지 말고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 연락하라고 당부해왔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총영사관의 주요 업무라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이번에는 극도로 신중한 분위기다. 현지 거주하는 한 선교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공지는 없지만, 백씨와 관련된 사람들은 따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들었다"며 "교민사회가 크지 않기 때문에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선교사는 "러시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안전하게 선교활동을 할 수 있다"며 "추방 사례가 있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씨 사건 이후) 전체 선교사들에 대한 안전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백씨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영사 접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백씨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추가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어려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는 대화가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모든 건 상호 존중 아래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헌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는 이날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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