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기관 정체성 의심케 하는 발언들 언제까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자꾸 꺼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의 문제 발언은 최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에 제출할 보고서 심의 때 나왔다.
김 상임위원 발언 중 특히 "성노예제 타령"이란 대목은 경악스럽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요 국가기관들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자꾸 꺼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에 여성단체·야당이 비판을 쏟아낸 게 당연했다. 대통령 지명 상임위원이 버젓이 반인권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김 상임위원의 문제 발언은 최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에 제출할 보고서 심의 때 나왔다. 정부가 일본의 공식사과 및 법적배상을 촉구해야 한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국제정세를 위해 일본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반인륜적 범죄는 중국이 더 많다”며 인간의 기본권이 아니라 실용을 앞세운 접근이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꺼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한일 양국의 과거사이자,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화에 나섰던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 상임위원 발언 중 특히 “성노예제 타령”이란 대목은 경악스럽다. 일본 극우진영의 인식과 다를 바 없는 도를 넘어선 막말이다. 인권 지킴이가 돼야 할 국가인권위에서 그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오는 걸 정상이라 할 순 없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과거를 사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젊은 세대에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자기 연민과 한의 역사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의도한 걸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전략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의 장으로서는 신중치 못한 언급이다. “일본 미래세대가 계속 사죄할 필요는 없다”는 아베 담화(2015년)와 유사하다는 의심을 피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요 국가기관들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집필하는 등 역사수정주의자로 분류돼 왔다. 이런 개인적 성향을 떠나 기관 취지에서 벗어난 실언·막말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흔드는 것이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반복된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현주엽의 '휘문 농구부'에서 터진 잇단 의혹… 서울시교육청 조사 착수 | 한국일보
- "일제강점기 살기 좋았을지도"…국민의힘 후보 또 망언 | 한국일보
- '조국 신드롬'에 갇힌 이재명... 野, 중도 표심 잃는 '제로섬' 게임 | 한국일보
- "의사가 손 뿌리쳐" 생후 9개월 딸 수술 취소된 엄마 울분 | 한국일보
- '4번째 재혼' 박영규 "싱글맘 25세 연하 아내, 운명 느꼈다" | 한국일보
- ‘집 보증금까지…’ 평생 김밥 팔아 모은 전 재산 기부하고 떠난 할머니 | 한국일보
- "밤엔 불법 주·정차해도 되나요?"… 신고 시간 축소에 뿔난 시민들 | 한국일보
- "나랑 결혼해줄래"... 본회의장서 공개 청혼한 47세 시의원 논란 | 한국일보
- 대장암 환자 매일 커피 4잔 이상 마시면 재발 위험 32% 낮아져 | 한국일보
- "승객들 날아다녔다"… 보잉787 비행 중 '곤두박질' 50명 부상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