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틱톡 금지법 압도적 가결…트럼프 말발도 안 먹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중국 업체가 소유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겨냥한 ‘틱톡 금지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1억7천만명의 미국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매각하지 않으면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기술·정보 장벽을 크게 높이는 움직임이다.

미국 하원은 13일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공식 이름을 지닌 틱톡 금지법안을 찬성 352표 대 반대 65표로 통과시켰다. 반대표는 민주당에서 50표, 공화당에서 15표 나왔다. 압도적이고 초당적인 지지로 통과한 틱톡 금지법안은 6개월 안에 중국 업체 바이트댄스가 이 서비스를 비중국 업체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앱스토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행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막대한 수의 사용자를 가진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많은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틱톡이 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게 대표적 주장이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표결 직전 이 법안에 대해 “틱톡을 중국공산당과 분리하려는 것”이라며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한 상식적 조처”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생체 정보와 금융 정보 등 개인정보를 중국·러시아·북한 등 적성국에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틱톡은 강력한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 10억달러(1조3170억원)를 들여 미국 쪽 데이터를 다른 지역들과 분리해 보안을 강화하는 조처를 취해왔다. 지난해에는 저우서우즈 최고경영자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틱톡은 본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에 있고 미국에서 7천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규제 반대 논리를 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틱톡 금지법안의 하원 표결 전 브리핑에서 “미국은 몇년 동안 틱톡이 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고도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며 “(미국이) 공정한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자 괴롭힘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틱톡 금지법이 실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을 상원 표결에 부치는 것에 미온적이다. 미국 사용자들을 상대로 사용 금지법 반대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틱톡은 반시장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에 대해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틱톡은 “상원이 사실을 고려하고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를 바란다”며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700만 미국 소상공인들과 관련해 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1억7천만 미국인 사용자들을 고려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젊은층이 많이 쓰는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발도 예상된다. 몬태나주에서는 주 차원의 틱톡 금지법이 만들어졌으나 지난해 11월 연방법원 판사가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 침해 소지가 있다”며 시행을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애초 틱톡 금지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입장을 바꿨고, 그런데도 그를 따르는 많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금지 법안에 찬성한 것도 눈길을 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 매각 행정명령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시엔비시(CNBC) 방송 인터뷰에서 “틱톡이 없다면 페이스북이 더 커질 것”이라며 “난 페이스북을 사람들의 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페이스북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틱톡을 살려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침’을 따르는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미국 의회에서 중국 견제 주장이 강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