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 위기론… “2번 찍겠다는 사람들도 장 한번 보면 한숨”

박수찬 기자 2024. 3. 14.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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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후보들 “1~2주새 민심 달라져”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서 총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 속에 ‘한강 벨트 수복’ 기대감이 나왔던 1~2주 전과는 민심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중도층 선택에 따라 수백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이다. 후보자들은 달라진 민심의 원인으로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과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커진 정권 심판론 부상을 꼽는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254석 가운데 122석이 걸린 총선 최대 승부처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통화에서 “서울만 보면 ‘큰일 났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야당은 종북 논란이 됐던 비례 후보를 사퇴시키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데 여당은 뚜렷한 정책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유권자들에게 듣는다”고 했다. 서울 강북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손을 잡아주던 유권자들도 이제는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너희(여당)는 뭐하고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특히 ‘실용 투표’를 하는 중도 유권자 사이에서 물가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2월 신선 식품 지수는 전년보다 20% 급등했다. 인천 지역의 한 출마자는 “물가가 너무 올라 ‘장 한번 보고 나면 2번(국민의힘) 찍으려다가도 한숨 나온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불만을 파고들며 일부 국민의힘 후보 사무실 앞에 ‘사과 한 개 5천원. 못 살겠다. 민생파탄’ 현수막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4년 전 총선 당시 수도권 121석 가운데 16석을 얻어 참패했다. ‘수도권 총선 폭망론’으로 작년 12월 영남 중심의 기존 지도부가 물러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수도권에서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 한강 벨트, 수원·용인 반도체 벨트 등 전략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예상외로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도권 위기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도의 여당 우세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오자 캠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조국혁신당의 부상도 변수다. 조국혁신당은 최근 수도권 여론조사 비례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 비례 정당을 앞서기도 했다. 한 서울 지역 후보는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조국 전 장관이 ‘나는 감옥 가더라도 정권을 비판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동정론을 사면서 유권자들에겐 먹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의 등장이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대중적 인기와 기민한 대응으로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나 홀로 캠페인’의 한계도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후보는 “연예인급 열기에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우리 당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에 대해선 인상에 남지 않는다는 유권자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한 위원장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재옥 원내대표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를 꾸렸다. 수도권 출마자이기도 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은 “정권 심판론에 맞서 정책 이슈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야당만 공격할 게 아니라 새로운 정책 이슈로 승부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민생 밀착형 공약과 미래 의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급한 민생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의지를 국민께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선대위 구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서울 지역 출마자는 “부자는 몸을 사려야 한다지만 여당은 수도권에서 물구나무라도 서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한동훈 원톱 체제는 결집력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선거는 결집력과 효율성만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라며 “한 위원장과 함께할 다양한 스피커와 인물들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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