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왼쪽 태극기부대’ 같은 조국당

양상훈 기자 2024. 3. 14. 03: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년 전 ‘朴 잘못이 뭐냐’
지금은 ‘조국 잘못 뭐냐’
양 극단 사람들
서로를 향해 분노 표출
조국 현상 얼마나 가고
어떤 결과 낳을지는 미정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전북 전주 경기전 앞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조국혁신당에 대한 상당한 지지세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표를 찍은 47.83%의 국민 중 이 대표의 최근 행태에 실망한 사람들이 민주당에서 조국당으로 내부 이동한 것으로 이들 대부분이 비례대표 아닌 지역구 투표에선 민주당을 찍을 사람들이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표를 기권으로 가지 않게 조국당이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큰 득이 될 수 있다.

선거 측면을 떠나서 보면 조국당에 대한 상당한 지지는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거대한 숫자의 사람들이 양 진영으로 갈라져 내 편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혐오하는 것은 정치 현상이기에 앞서 병리 현상이다. 지난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답한 국민이 38%에 달했는데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지금 조국당 지지자일 것으로 짐작한다. 윤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는데도 이를 믿지 않고 도리어 괴담 유포자들에게 지지를 보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현재 조국당 지지자일 것이다. 이들은 ‘이재명’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재명보다 더 강렬하고 치열하게 윤석열과 싸울 사람을 찾는다. 윤 대통령에게 온 가족이 ‘당한’ 조국만큼 선명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조국당은 ‘윤석열 탄핵’을 내걸었고, 1호 공약을 ‘한동훈 특검’으로 했다.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다.

이들을 보면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강행 임명하면서 촉발된 대규모 반문재인, 반조국 시위 사태가 생각난다. 서울 광화문 광장 전체를 넘어 주변 골목까지 가득 메운 대군중이 “문재인 탄핵” “조국 구속”을 외쳤다. 대부분 사람이 한두 번 시위에 나왔지만 일부는 열성적이었다. ‘태극기부대’라고 불린 이들은 전성기 때는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을 끌고 다닐 정도였다. 그때 태극기부대에서도 조국 같은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었고 높은 지지를 받았다.

태극기부대를 움직인 명분 중 하나가 ‘박근혜 동정론’이었다. ‘박근혜가 그렇게 잘못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는데 지금 조국 지지자들이 똑같이 ‘조국 가족이 그렇게 잘못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 양쪽 끝단의 사람들이 상대를 향해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분노를 느끼고 표출한다.

‘조국이 그렇게 잘못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 정도 입시 부정이야 한국 사람들이 기회만 되면 다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누구든 이런저런 부탁을 하며 살아가지만 조국 부부처럼 고교 1년생 딸을 의과학 전문 논문의 제1저자로 만드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것은 사기 행위다. 이런 사기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범죄라고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문제의 논문을 쓴 교수가 “어떤 처벌도 받겠다”고 한 것은 무엇을 말하나. 대학도 사실 확인을 하고 입학을 취소시켰다. 조국 지지자들의 주장은 한국 사람들이 기회만 되면 누구나 이런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인데 어불성설이다. 한국인 중에 조국 딸처럼 고교, 대학, 의전원까지 모두 시험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더구나 조국은 이런 입시 비리, 논문 조작, 학문 윤리 타락 등을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해온 사람이다. 자신의 입시 비리가 다 드러난 뒤인데도 다른 사람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해 “우주 최강 멘탈’이란 말까지 들었다. ‘조국이 그렇게 잘못한 게 뭐냐’는 것은 객관적 주장이 아니라 자신의 진영 의식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논리다. 최근 윤 대통령 부인 문제는 이들이 자기 생각을 더 쉽게 합리화할 수 있게 했다.

지금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양쪽으로 갈라진 국민이 ‘우리 편 중 누가 선거에 이겨서 저쪽을 죽이고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에 대해 더 악에 받쳐 있고, 더 공격적이고, 더 인정사정없을 것 같은 인물을 찾는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도 그렇게 두 진영에서 선택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야권 진영 일각에서 ‘조국’이 선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국은 자기 문제로 오른쪽 태극기부대를 촉발시키더니 이제는 왼쪽 태극기부대에 편승하고 있다.

조국당이 투표 날까지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엔 의문이 있다. 4년 전 총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최강욱, 김의겸 등이 별도로 만든 비례정당이 한때 지지율 14%를 기록했다. 민주당 비례정당 지지율을 앞설 것이라고도 했다. 이 당도 조국당처럼 ‘한을 풀겠다’고 더 선명하게 나섰다. 그런데 막상 개표해 보니 득표는 5.4%였다. 4년 전 총선에서 또 하나 특기할 점은 한쪽에선 태극기부대가 열성인 가운데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크게 패했다는 사실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