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 “울 할아버지의 ‘미스트롯 손녀’ 소원 풀어드렸죠”
“작가님, 이 노래랑 저랑 안 맞는 거 같아요. 지난번(3라운드)에도 겨우 추가 합격으로 살아남았는데….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다른 노래 해볼게요.”
지난달 22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3′ 5라운드 톱10 결정전을 바로 앞두고 나영(20·본명 김나영)은 담당 작가에게 읍소했다. 나영이 우선 후보로 고른 노래는 진성의 ‘동전 인생’이나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
맨 끝에 끼워넣었던 ‘님은 먼 곳에’(원곡자 김추자)가 채택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선곡 회의 전날 한번 들어본 게 문득 떠올라 곡명만 올렸을 뿐인데, 막상 부르라고 하니 자신이 붙지 않았다. “잘한다”는 작가들의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말하듯 부르자고 창법도 바꿔봤지만 객석까지 목소리가 닿을 지 감도 오지 않았다. 계속된 속앓이. 하지만 그는 이미 4라운드 팀 메들리전 경연 이틀 전, “팀명이 ‘뽕미닛’인데 선곡에 ‘뽕’이 없다”는 김연자 멘토의 지적에 노래를 급히 바꿔 홀로 무대를 완성한 경험이 있었다.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작가의 반응이 돌아왔다. ‘잘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었지만, 격려인지 위로인지, 정말 포기를 시키려는 건지 분간이 잘 안됐다.
최근 만난 나영은 “작가님이 옳았다”며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제 딴에는 ‘내가 내 상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미스트롯3′에 도전하면서 남의 의견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의 표현에 따 “부르고 나면 바로 집에 가겠다”고 했던 그 노래는 그녀를 5라운드 톱10 결정전 1위에 올려놓았고, 결국 그는 지난 7일 결승전에서 최종 5위로 경연을 마무리했다.
“오디션이 힘들다고들 해도 이렇게까지 힘든 건 줄 몰랐어요. 그동안 무대를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손을 덜덜덜 떠는 게 카메라에 잡힐 정도로 매번 긴장 속에 살았다니까요.” 그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아주 가까이서 얘기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일부러라도 막 크게 떠들고 웃었다고 했다.
경연 준비를 하면서 평소 스타일이 잘 드러날 수 있게 세미트로트나 댄스트로트 장르 위주로 준비했는데, ‘정통 트로트 강자’로 소개돼 당황하기도 했다. “미스트롯3에서 묵직한 노래를 시켜주신 덕분에 앞으로 롤모델인 장윤정 마스터님처럼 모든 장르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경연이 끝난 게 이제야 실감나는지 박장대소하다가도 다시 긴장되는지 손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린다.
전남 순천 태생인 그는 중2 때 도전한 ‘전국노래자랑’에서 인기상을 받으며 동네 스타로 부상했다. “사촌 중에 정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근데도 할아버지는 판검사보다 미스트롯3 나간 손녀가 더 예쁘시다고(웃음).” 요즘엔 할아버지의 평생 소원을 풀어줬다며 동네방네 손녀 자랑이 한창이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유명 인사셔요. 마을 곳곳에 ‘김현상님 손녀 나영, 미스트롯3 진출’ 플래카드가 붙어있어요.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지는 미스트롯 때문에 100세까지 살 것 같다시네요.” 나영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준결승전 신곡 ‘99881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 하루 이틀 사흘 아프고 가자는 조어)’는 그녀를 위해 미리 써둔 노래 같았다. “할아버지한테도 ‘방송으로 보세요’라며 입 다물고 있으니 ‘안 떨어졌구만’ 하시며 내내 좋아하셨거든요. 이제 할아버지랑 동네 분들 모시고 마을 잔치 해드리면서 본격적으로 효도해야죠.”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