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65] It’s like there’s this whole place inside of you where I can’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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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인 해성이는 같은 반 친구 나영이를 좋아한다. 나영이도 티를 내진 않지만 해성이가 싫지 않은 눈치다. 어느 날 집에서 갑자기 나영이의 엄마가 묻는다. “넌 요즘 학교에서 누가 좋아?(Who do you like at school nowadays?)” 나영이가 답한다. “해성이, 아마 걔랑 결혼할 거야(Hae Sung. I will probably marry him).” 엄마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나영이에게 말한다. “걔랑 데이트할래?(Do you want to go on a date with him?)” 나영과 해성의 마지막 데이트. 이제 나영이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2024∙사진)’의 한 장면이다.
12년 후, 소셜미디어에서 자길 찾는다는 해성의 글을 발견한 나영. 나영은 반가운 마음에 해성을 만나기로 한다. 나영은 언젠가 남편 아서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알려준 적이 있다. 그리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둘은 전생에 관계가 있었단 뜻이야(It means there must have been something between them in their past lives).” 나영에게는 이번 생 이전의 삶도, 한국에 두고 온 과거의 삶도 똑같이 전생(past lives)이다. 그러니 해성은 전생에 존재하던 사람이다.
아서는 전생의 남자를 만나러 간다는 나영의 말에 불안함을 느낀다. “당신이 내가 이해 못 하는 말로 꿈꾸는 거, 마음속에 내가 못 가는 장소가 있는 거잖아(You dream in a language that I can’t understand. It’s like there’s this whole place inside of you where I can’t go).” 해성, 나영, 아서, 이 세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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