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美 소비자물가 3.2% 올라… 6월 금리 인하에 무게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에서 정체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기대에 먹구름이 끼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2%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3.1%를 살짝 웃도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3.8% 오르면서 역시 전문가 예상을 0.1%포인트 웃돌았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3.7%에서 10월 3.2%, 11월 3.1%로 떨어지면서 순조롭게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작년 연말쯤엔 이르면 올 3월부터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졌고, 채권 값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작년 12월 3.4%로 다시 올랐고, 올 1월도 2%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3.1%를 기록했다. 그런데 2월도 3.2%를 기록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에서 정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거스 포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인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첫 금리 인하 기대는 이어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관심을 두는 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6일 하원에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런데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기는 했지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기존의 6월 첫 금리 인하 기대가 계속된 것이다. 이날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57%였다. 소비자물가 발표 전 60%보다 소폭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다수인 것이다. 이날 S&P500 지수가 1%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가 일각, “금리 인하 신중해야”
하지만 월가 일각에선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발할 우려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전날 한 행사에서 “그들(연준)은 빠르고 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지만, 그들에 대한 신뢰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나라면 6월이 지나서 모든 것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그들(연준)이라면 너무 빨리 금리를 내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했다가 다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디스인플레이션이 정체되면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야누스 핸더슨 인베스터스의 그레그 윌렌스키 미국 채권 투자책임자는 “다음 달 발표되는 물가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인하 시기가 7월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관건은 서비스 물가
미국에서 물가 잡기의 관건은 서비스 물가다. 2월엔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5.2% 상승했다. 전체 물가 상승의 60%가량을 서비스 물가가 끌어올렸다. 특히 주거비(5.7%), 교통비(9.9%)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작년 10월(5.5%) 11월(5.5%), 12월(5.3%), 올해 1월(5.4%)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 고문은 “이번 물가 지표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둔화를 주도해왔던 상품 가격 상승세 둔화가 영원히 지속할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면서 “물가 상승률이 하락 흐름을 유지하려면 서비스 물가 상승률 하락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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