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필리핀과 ‘中포위작전’… 내달 워싱턴서 3국 정상회담

도쿄=이상훈 특파원 2024. 3. 14.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방미 맞춰 마르코스 초청
日, 필리핀 ‘준동맹국’ 격상 추진
대만 부총통 당선인 이번주 방미
中 “美, 어떤 접촉도 말라”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4월 10일 기시다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워싱턴에서 정상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2022년 6월 취임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친(親)중국 성향이 강했던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달리 친미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도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은 샤오메이친(蕭美琴) 대만 부총통 당선인의 미국 방문을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샤오 당선인을 두고 ‘완고한 대만 독립 분리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어떤 명목과 구실로도 그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 美-日-필리핀 군사협력 강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 달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필리핀을 준(準)동맹국으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미가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 또한 정상회의에 앞서 20일 필리핀 마닐라를 찾아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 외에도 3국은 최근 안보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 공동 훈련 시 수속을 간소화하는 ‘원활화 협정’을 체결했다. 필리핀에 연안 감시 레이더도 빌려주기로 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022년 9월 첫 방미 당시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며 미국을 치켜세웠다. 지난해 2월에는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 카가얀, 남서부 팔라완섬 등 자국 영토 4곳에 미군 기지를 세우는 것을 허용했다.

석 달 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군 현대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 지원도 얻어냈다.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일본, 남중국해 동맹인 필리핀을 엮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필리핀과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남중국해 곳곳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특히 힘의 우위를 앞세운 중국이 군함을 동원해 필리핀 민간 선박에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한 국민 분노가 높다. 두테르테 정권 시절 중국이 약속했던 경제 지원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반중 정서를 고조시켰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이 모두 중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남중국해의 약 90%에 달한다. 국제상설재판소(PCA)가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 美-中, 대만 부총통 당선인 방미로도 갈등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샤오 당선인이 이번 주 개인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 뉴욕 등을 방문할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고 있다.

샤오 당선인은 일본 고베에서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총통으로 당선되기 전 사실상 ‘주미 대만대사’ 격인 워싱턴 주재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한 ‘미국통’이다.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 또한 부총통 당선인 시절 개인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은 반발했다. 류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미국은 샤오 당선인과 미 정부 관료의 접촉을 주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13일 “미국과 대만 간 어떤 형태의 왕래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가세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