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27] 장마불명(仗馬不鳴) 풍토
필자는 2022년 12월 이 코너 163회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행태를 ‘현대판 이임보(李林甫)’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유 전 이사장은 당시 한 기고를 통해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유는 “자기 정치를 위해 정당 내부에 쓴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이임보란 인물은 당나라 현종 후반기 난세를 만든 간신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와 관련된 두 가지 사자성어가 있다. 하나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이고 다른 하나는 장마불명(仗馬不鳴)이다. 구밀복검이란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지만 배 속에 칼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다. ‘비명학살’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해당하겠다.
장마불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할 자유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더 경계해야 한다. 이임보는 두진(杜璡)이라는 간관이 당시 정사를 비판하며 바른말을 하자 지방으로 좌천시키고서 다른 간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밝으신 천자께서 위에 계시니 신하들은 그 뜻을 그냥 따르면 되는 것이지 무슨 다른 할 말이 있느냐? 너희는 의장대에 줄지어 선 장마(仗馬)를 보지 못했느냐? 온종일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3품관의 사료를 먹고 있는데 만일 한번 소리를 지르면 그놈은 쓰지 않는다.”
마침내 얼마 전 박용진 의원마저 공천에서 탈락함으로써 ‘조금박해’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에서 버림받았다. 남은 사람이라고는 “온종일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3품관의 사료를 먹으려는” 의원 후보들뿐이다.
그런데 장마불명은 거대 야당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서 더 큰 문제다. 누가 이임보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와 여당 인사 중에서 바른말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은 오래됐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총선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양당의 ‘장마불명 풍토’가 아닐까? 정상인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국 신드롬’을 살필 수 있는 한 가지 실마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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