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韓선교사 체포 두달만에야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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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선교사 백모 씨가 올해 초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가운데, 러시아는 그동안 우리 정부의 소통 노력에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백 씨 구금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협의에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 상황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은 "그동안 현지 우리 영사관에서 러시아 당국과 소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러시아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기류가 변화해 러시아 당국이 소통할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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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된 한국인 관련 협조 요청
러, 인질외교 논란속 기류 변화
2021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는 등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반대로 북-러 관계는 밀착하면서 러시아 현지에서 탈북민이나 북한의 파견 노동자 등을 도운 한국인들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다. 그런 만큼 백 씨처럼 체포를 당하는 사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러 , 우리 정부 소통 노력에 응하지 않아”
백 씨 상황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은 “그동안 현지 우리 영사관에서 러시아 당국과 소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러시아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기류가 변화해 러시아 당국이 소통할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대사는 13일 모스크바 외교부 청사에서 루덴코 차관과 만나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등을 위해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요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백 씨를 체포한 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달 문서로 우리 정부에 백 씨 체포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근 러시아 당국은 돌연 관영 매체를 통해 1월 간첩 혐의로 백 씨를 체포해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러시아 측이 한국에 대해 일종의 ‘인질 외교’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이어가자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이제는 구금한 백 씨를 인질로 한국 정부를 겨냥해 일종의 경고장을 날렸다는 것. 백 씨와 가까운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 당국이 백 씨 부부 외에도 현지 한국인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가는 등 폭넓게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 명분을 만들고자 오히려 이런 상황을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러시아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루덴코 차관이 지난달 초 방한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사 신임장을 제정할 땐 이도훈 주러대사에게 이례적으로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 러, 파견 北노동자 통제 더욱 강화할 듯
러시아는 당분간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삼엄하게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이런 사태가 벌어질 거란 관측은 많이 나왔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러시아 현지에 파견돼 있던 선교사들이 최근 귀국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미 올해 초 러시아에 현지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당국은 향후 러시아에 더욱 강한 통제를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규모는 1만∼2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파견 노동자의 체류가 장기화되면서 탈북 러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만큼 이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기류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열악한 노동 여건과 체류 장기화로 탈북 동향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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