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이제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전문공간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꾸준히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이 지어지고,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지속적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웬만한 새로운 공간이 조성되더라도 그렇게 주목을 못 받는 정도가 됐다. 그동안 지역에 지어진 공간들은 그 형태가 비슷해 500~900석 규모의 중·대극장,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 그리고 전시실, 연습실 등 그 규모와 쓰임새 등이 대동소이해 나라 전체적으로는 관심을 받지 못할 경우가 많다. 지금은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것보다 어떻게 운영을 잘할 것인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특색을 살려 운영하는가가 중요한 시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 정확히 목적 지향적이며, 그 특징을 살려 운영되고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적어도 문화예술공간에 한해서는 아직 계몽적이고, 디테일보다는 총론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기회가 돼 유럽 몇 곳의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방문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곳도 있었고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곳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청소년 극장인 더블린의 디아크(The Ark) 극장도 공연장 자체는 규모가 큰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워크숍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잘 갖춰져 있고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이런 공간에서 ‘어린이위원회’를 열어 아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또 극장의 백스테이지를 열면 외부 광장과 바로 통해 열린 극장으로서 야외공연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파세 아비에르토(Espace Abierto)라는, 우리말로는 ‘열린공간’을 뜻하는 어린이·청소년 공간은 그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 및 게임 공간과 가족들을 위한 카페, 워크숍, 강의실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작은 공연장도 가지고 있었는데 상당히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공연들도 프로그램되고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워크숍 공간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철학 워크숍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토론뿐 아니라 그림 등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어린이·청소년 극장이나 공간은 단순 공연만이 아닌 다양한 활동, 다양한 장르가 융합돼 함께 이뤄지도록 설계되고 운영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에게는 이런 곳이 없는 것 같다.
이렇듯 앞으로는 장르적으로 전문적인 공간이 더 많이 조성돼 그 공간의 특징들을 잘 드러내면 좋을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장르의 전문공간이 늘어나 지역문화뿐 아니라 해당 장르를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무용 전문공간이나 인형극 또는 오브제 전문극장, 서커스 또는 피지컬 움직임 중심의 공연 공간, 어린이·청소년 전용문화예술 공간 등이 없거나 부족한 실정인데 이는 우리가 진정한 문화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없어선 안 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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