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파프리카’와 함께 행복한 등하굣길
새 학기가 시작됐다. 등하굣길은 다시 전쟁이다. 아직 잠도 덜 깬 학생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교복을 챙겨 입고 거리로 쏟아진다. 직장인들과 함께 만차 버스에 몸을 싣는 학생들, 하루 에너지의 절반이 여기서 소진된다. 교실에 들어설 땐 이미 파김치다. 학부모 역시 매일같이 벌어지는 ‘등하교 전쟁’의 또 다른 참전자다. 아들딸이 혹여 버스 시간을 놓쳐 지각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던 끝에 등굣길 운전사를 자처하기 일쑤다.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이 없을까? 파주형 통학순환버스, ‘파프리카’는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운정신도시 내 학교들과 교육청, 시청까지 나서 머리를 맞댔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방법을 찾았다 싶으면 현행법이 발목을 붙들었고 다 됐다 싶으니 예산이 앞길을 막았다. 1년여의 고군분투가 이어진 끝에야 실마리가 잡혔다. 파주시가 결국 해냈다. 지금껏 누구도 본 적 없는 학생전용 통학순환버스, ‘파프리카’가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운정신도시는 학령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대중교통은 턱없이 부족하다. 통학버스 도입 말고 별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파주시가 통학버스의 효용으로 주목한 것은 일선 교육현장에 필요한 최전방 지원정책으로서 학생들이 제때 배움에 준비된 자세로 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 이는 학생들의 기본적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교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통학버스는 여건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통학버스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등·하굣길 교통수단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지방정부와 의회, 교육청의 확실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행법상 학교장만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작 일선 학교에서는 예산과 행정력 부족으로 통학수요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도의회와 교육청이 대안을 강구하고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파주시가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찾아낸 묘수가 바로 ‘한정면허’다. 통학버스에 ‘한정면허’를 적용한다? 새롭지만 낯선 아이디어에 그게 정말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만 돌아왔다. 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조항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행 법령과 판례에 대한 유권해석, 유사 사례 검토 등 파프리카 운행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수집,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운송사업자들을 설득해 사업 참여를 끌어내고 기존 대중교통과 연계를 위한 환승 체계를 도입해 운정신도시 18개교를 순환하는 운행 방식을 도입하고 초정밀버스와 같은 새로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편의성도 극대화했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낯설고 새로운 시도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 끝에 파프리카가 우리 눈앞에 점차 명료해졌다.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열어가며 착실히 만들어 온 값진 결과물을 드디어 시민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파프리카에 오르며 환히 웃는 학생들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파프리카 덕에 등하굣길 걱정을 덜게 됐다며 안도하는 학부모들 반응에 절로 힘이 났다. 파프리카를 탄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날들에 대한 더없이 완벽한 보상이었다.
파프리카의 탄생은 파주시의 교육환경 혁신을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가 보지 않은 길이기에 부족함도 없지 않을 것이다. 파주시는 앞으로 1년을 시범운영 기간으로 삼아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며 미비점을 찾아 보완하며 최적의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머지않아 운행 범위를 파주 북부지역으로까지 넓혀갈 예정이다. 파주시 모든 학생이 행복한 등하굣길을 맞이할 그날을 향해 또다시 직진, 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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