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족도시 요원한 계양TV... 시대착오적 수정법이다
계양테크노밸리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기업을 끌어올 산업단지 지정이 막혀 있어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 또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는 1990년대 초 수도권 주거난 해소 목적이었다. 그런 출발이다보니 신도시는 베드타운에만 머물렀다. 먼 길을 달려 서울 등의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에야 되돌아오는 베드타운.
베드타운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 교통난이 대표적이다. 선거 때마다 도시철도 신설·연장이 최우선 화두로 떠올랐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직주(職住) 근접의 자족도시다. 일터와 삶터가 함께 하는 신도시.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TV)의 청사진도 자족도시다. 서울 주택 수요 분산. 서부 수도권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 등이다. 그러나 자족도시로 가는 길은 곳곳이 암초다. 수도권에는 일터인 산업단지를 늘리면 안 된다 해서다.
인천 계양구 박촌·귤현동 일대 계양테크노밸리에는 1만7천여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76만㎡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도 조성, 자족도시로 가꾼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산단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나 경기 판교신도시 등이 모델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곳에 산업단지 지정을 해주지 않는다.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함부로 산업단지를 새로 만들 수도 없다. 그 면적만큼의 기존 공업지역을 없앤 후에야 가능하다. 현재 계양구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구역이다. 기존 인천의 공업지역 총량내에서 재배치해야 한다. 인천으로서는 사정이 딱하다. 내항 1·8부두 일대와 용현·학익동 일대 공업지역이 해제 가능한 후보지다. 그러나 두 곳 다 재개발 사업 등에 묶여 앞으로 수년간은 어찌할 수도 없다.
인천시는 국토부에 단계적 방안도 제안해 봤다. 먼저 도시첨단산단 지정을 받고 차차 공업지역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산업단지 가불이다. 돌아온 답은 ‘먼저 줄여야만 새 산단 지정이 가능하다’였다. 주택 용지는 벌써 개발에 들어갈 참인데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언제일 줄 모를 형편이다.
벌써 이곳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대한 대기업 입주 희망은 잇따른다. LG유플러스, KT, 엠비씨플레이비 등이다. 계양테크노밸리마저 그런저런 베드타운에 그친다면 또 그만한 사회적 비용을 물어야 한다. 대체 무얼 위한 수정법인가. 40년도 더 지난 1982년에 만들어진 법이다. 자고 나면 서울로 내닫던 이농향도(離農向都) 시대였다. 시절이 한참 바뀌었다. 글로벌 도시경쟁력 시대에 자해(自害)적 규범이라니. 빼기와 나누기 셈법의 국가경영 아닌가. 수도권 정비가 아닌 수도권 말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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