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경쟁당국의 과유불급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24. 3. 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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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과유불급이란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고사성어이다. 최근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보여주는 모습이 이와 흡사하다. 먼저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입법 추진을 공식화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에 대해 불과 50여 일 만에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금 입법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 같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산업계 학계의 반대와 미국의 통상문제 제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에 한정해 시장 교란 행위를 보다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차단하고 예방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시장은 이용자 쏠림현상이 극심한데, 문제는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적발·시정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 공정거래법의 사후약방문식 집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을 제정해 지배적 사업자의 반칙행위를 사전에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 법이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해 결국 해외 공룡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 장악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특히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들은 규제하지 못하는 플랫폼 사전규제는 국내 플랫폼만 고사시킬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편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 및 정보통신진흥협회가 2015년부터 상황반을 통한 장려금 모니터링을 기회로 이동통신 3사의 순증감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또한 벌점제 도입 및 부과를 통해 장려금 수준을 합의했다고 보고 이를 담합행위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이를 담합으로 볼 수 있지만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이를 단말기유통법의 정당한 집행으로 보고 있다. 일정 수준을 넘는 장려금 지급은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하므로 이를 가이드를 통해 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경쟁당국과 규제당국 간 입장 차이로 사업자들이 모순적인 이중규제를 겪고 있다.

위 두 사안의 공통점은 경쟁당국이 고유의 업무인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이유로 해당 산업 분야의 공익을 추구하는 규제당국의 업무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 규제는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위해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경우 그러한 부족한 조건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며, 나아가 해당 산업 분야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보면 규제 최소화, 자율규제를 통해 토종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규제 당국의 입장을 배제한 채, 경쟁당국이 보호할 플랫폼이 없는 EU를 따라 반경쟁적 효과에 대한 입증도 없이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을 진행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공정위는 행정기관이 법령상 근거 없이 행정지도로 담합을 유도·조장할 경우 이를 따를 의무가 없으므로 행정지도에 따라 담합을 했다면 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정지도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과 기업의 협력을 구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로, 원래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이 조직법상 권한에 속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런 행정지도를 인정하지 않아 규제당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규제당국이 공익을 빌미로 해당 산업계의 이익만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경쟁당국이 경쟁을 전가의 보도로 삼고 규제당국의 전문적인 정책수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모든 산업을 자유로운 경쟁의 관점에서만 봐야 한다면 공정위 외에 다른 부처도, 전문 분야 규제법도 필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문 규제기관도 경쟁 활성화, 이용자 보호, 산업 발전 등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또한 부처 간 이견은 외부적으로 표출되기 전에 행정 내부 프로세스에서 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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