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바이칼의 백일몽

남궁창성 2024. 3.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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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유라시아 친선 특급 사절단의 일원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인구감소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러시아가 살아남으려면 한국과 공생 국가를 만들어 한국인들이 시베리아에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급열차가 모스크바에 가까워질수록 국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현지에서도 카레이스키 열풍이 불었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조수미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차이코프스키홀에서 러시아 가수와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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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유라시아 친선 특급 사절단의 일원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올라 수도 모스크바까지 9288㎞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등 중간 기착지에 내려 1박2일이나 2박3일씩 양국 문화의 공통 분모를 찾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수린 박사의 ‘코리아 선언’이 주목을 받았다. 이 선언은 2005년 러시아 정치 논평지 ‘폴리트클라스’에 발표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구감소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러시아가 살아남으려면 한국과 공생 국가를 만들어 한국인들이 시베리아에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수린 박사는 2008년 서울을 찾아 ‘21세기 프런티어, 시베리아 개발은 한민족 손으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특급열차가 모스크바에 가까워질수록 국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현지에서도 카레이스키 열풍이 불었다. 철의 장막 크렘린의 나라가 꽃을 사랑하고 시를 읊조리는 낭만의 이웃 나라로 성큼 다가왔다.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 극장 앞에서 만난 녹색 원피스의 한 여인은 이방인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조수미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차이코프스키홀에서 러시아 가수와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살 같은 세월이 야속하다. 러시아는 2년 넘게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다. 유럽은 나토(NATO)를 중심으로 대러시아 안보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북-러가 밀착하며 유럽도 북한의 위협을 실감하고 있다. 12일에는 극동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을 돕던 우리 선교사가 러시아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9년 전 바이칼호 휴양림에서 한-러 간 공생 국가를 꿈꾸던 일은 이제 백일몽이 됐다. 그러나저러나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말이 유창했던 스베틀라나는 무사한지.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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