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안전 보장 불가, 3옵션, 717억 패배자"...독일, '김민재 때리기' 맛 들렸나
[OSEN=고성환 기자] 이제는 '5000만 유로(약 717억 원)의 패배자'라는 낙인까지 붙었다. 독일 언론의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 때리기가 어디까지 갈까.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2022-2023시즌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한 시즌 만에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독일 무대 정복에 나섰다. 수많은 팀이 군침을 흘렸지만, 투헬 감독이 직접 나서서 김민재를 설득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꿈을 이룬 투헬 감독은 처음 만난 김민재를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크게 기뻐했다.
독일에서도 적응기 따윈 없었다. 김민재는 세리에 A 입성과 동시에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답게 곧바로 바이에른 뮌헨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팀 후방을 지켰다.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번갈아 쓰러져도 김민재만큼은 든든히 수비진을 이끌었다.
오히려 혹사 논란이 불거질 정도였다. 김민재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시도 쉬지 못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독일 현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도 김민재가 실수를 범하자 "김민재는 매 경기 90분을 뛰고 있다. 따라서 집중력이 결여될 수 있다. 그도 분명 사람이다"라고 감싸 안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기류가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못 쉬어서 문제였던 김민재가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진 것.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더 리흐트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토트넘 홋스퍼에서 자리를 잃은 다이어가 팀에 새로 합류했다. 물론 김민재가 그동안 보여준 활약을 고려하면 토트넘에서도 벤치만 지킨 다이어에게 뒤처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놀랍게도 다이어가 김민재 밀어내는 소리는 현실이 됐다. 투헬 감독은 경기 운영 방식을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바꾼 뒤 다이어-더 리흐트 조합에 믿음을 보내고 있다. 다이어도 뒷공간 부담이 사라지자 큰 실수 없이 경기를 펼치며 롱패스 실력까지 뽐냈다. 토트넘 말년 시절 보여준 경기력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대신 김민재가 벤치에 앉기 시작하게 됐다. 그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라치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 이어 9일 마인츠전에서도 선발 제외됐다. 김민재가 두 경기 연속 벤치에서 출발한 건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키커'와 '빌트'를 비롯한 독일 매체들이 김민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김민재에겐 유독 박한 평가를 내리던 이들이지만, 다이어에겐 연일 호평을 주고 있다. 특히 키커는 라치오전이 열리기 전에도 "현재 김민재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 리흐트와 다이어가 중앙 수비의 해결책이 돼야 한다"라고 직격 비판을 날렸다.
이제는 완전히 다이어가 승자가 된 모양새다. '아벤트차이퉁' 역시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수비 조합을 꾸렸다. 다른 2명(김민재, 우파메카노)은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더 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치오전에서 치로 임모빌레를 중심으로 한 라치오의 공격을 잘 통제했다. 수비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고 경기력에도 설득력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매체는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팀의 기둥이 됐다. 토트넘 백업이었던 다이어는 의구심이 있었으나 수비를 안정화시키고 조직화 했다.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은 팀에 매우 좋은 영향을 줬다"라며 "다른 2명은 패자가 됐다. 김민재는 이제 센터백 3옵션에 불과하다. 4옵션은 기회를 너무 자주 허용하는 우파메카노다. 새 감독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파메카노는 올 여름 새로운 클럽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빌트도 김민재를 '패배자'라고 불렀다. 매체는 12일 "이들은 투헬호의 새로운 패배자들이다.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성공의 길로 돌아섰지만, 새로운 체제에서도 패배자가 있다"라며 6명의 선수를 나열했다.
1번으로 언급된 선수는 김민재였다. 매체는 "투헬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김민재는 지난 4경기 중 3경기에서 벤치에 앉았다. 투헬은 2023년 여름 5000만 유로의 수비수인 그를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그와 계약하기 전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하며 '꿈의 선수'를 설득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김민재는 29경기 중 25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문제를 겪은 뒤 라이프치히와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9분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라치오와 UCL 16강 2차전에서도 90분간 벤치를 지켰고, 마인츠전에서도 교체 출전만 가능했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빌트는 김민재의 '문제점'을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로 꼽았다. 매체는 "이제 투헬은 더 리흐트와 겨울 신입생 다이어와 함께 조화로운 중앙 수비 라인업을 찾았다. 둘은 지난 4경기 중 3경기에서 함께 선발 출전했고, 좋은 경기를 펼쳤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의 실력이나 부족한 점을 따로 지적하진 않았다.
이처럼 김민재 위기론이 계속해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제 고작 두 경기만 쉬어갔을 뿐이다. 지금 당장은 다이어가 더 나은 옵션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김민재가 더 클래스 있고 장점이 많은 선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투헬 감독도 김민재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진 않았다. 그는 마인츠전이 끝난 뒤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는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고, 매우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도 있는 법이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두 차례 어려운 홈 경기를 치렀고, 이번에도 그랬다"라며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며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우리에게 좋고, 더 리흐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 다 한 발 앞서 있다"라고 밝혔다.
단지 다이어-더 리흐트 조합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민재가 갑자기 눈밖에 난 건 아니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을 앞두고도 "김민재를 제외하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 경기력과는 아무 상관없다. 우리는 여전히 김민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떻게 보면 김민재를 향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 보니 일희일비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앞으로 바이에른 뮌헨이 더 강한 팀을 만나고 순간적인 뒷공간 커버가 더 중요해지면 다시 김민재가 중용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다가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사람이다. 김민재가 흔들리지 않고 중요한 순간 진가를 보여준다면 패배자라는 오명도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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