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 주총, 주주 5시간 허투루…대표 기습 부결 시도에 '역대급 아수라장'(영상)

이한림 2024. 3.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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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웅 대표, 대관 종료 5분 전 등장해 기습 부결 시도
윤주원 주주연대 대표 "주총이 개회되지도 않았는데 부결이라는 막말"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맨 오른쪽)가 13일 서울 여의도 와이피센터에서 열린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에 대관 종료 5분 전 모습을 드러내 부결을 시도하다 윤주원 주주연대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에 저지당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더팩트|이한림 기자] 상장폐지 갈림길에 선 코스닥 상장사 셀리버리가 주주총회(주총)를 소집해 놓고 끝내 주총을 열지 않았다. 주주 100여 명은 최대주주의 해명이라도 듣기 위해 주총장을 직접 찾았지만, 사측이 고용한 변호사의 사과와 변명만 듣다가 5시간을 허투루 보냈다. 일부 주주들은 얼굴도 비추지 않는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를 향해 울분을 토했고, 사측과 고성이 오가면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셀리버리는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와이피센터에서 임시 주총을 열었다. 이번 주총을 통해 감사와 영업·내부회계 관리제도 실태 등을 보고하고 김형·심동식 등 이사 4명과 감사 1명 선임, 이사 보수 한도 변경 등 안건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주주플랫폼 액트와 주주명부열람 등을 통해 25% 넘는 우호 지분을 모으는 데 성공한 셀리버리주주연대도 이날 주총을 통해 조대웅 대표의 경영에 책임을 묻고 이사 해임 건 등을 처리하려 했다.

초반 주총장 입장은 순조로웠다. 다만 의결권 행사에 관한 위임장을 받은 대리인들이 입장할 때 사측에서 이들을 막아 세웠고, 주주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주주권의 정당한 행사를 왜 막으려고 하냐"며 말다툼을 벌이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와이피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개회 예정 시간이 1시간이 지나도록 사측에서 일부 주주들의 입장을 막아 세우자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한림 기자

주주 100여 명의 입장은 주총 개회 시간이 1시간가량 지난 오전 10시 30분이 돼서야 사측 변호사와 주주연대 측 대표가 대화를 통해 주식 보유 및 위임장을 양측에서 함께 검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끝내 주총은 열리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넘어 대관 종료시간인 오후 2시가 다 되도록 주총을 진행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은 물론, 조 대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시간가량 자리에 앉아있던 주주들은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냐"며 연신 항의했지만 사측은 "검수가 끝나야 주총이 진행된다"며 개회를 미뤘다.

주주와 사측의 실랑이는 지속됐다. 사측이 "위임장은 회사 직원의 실수로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사측은 의결권 25%를 확보하지도 못할뿐더러 위임장을 가져오지도 않았으면서 우리는 27%를 확보했고 모두 위임장을 제출했는데 말 같지도 않은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진부한 변명이다. 우리가 그렇게 우습냐"며 고성을 질렀다.

일부 주주들은 조대웅 대표를 지목해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장에 있던 사측 변호사와 심동석 이사, 셀리버리 직원들은 주주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이 조 대표의 의견을 묻기 위해 주총장 안쪽에 마련된 방을 들락날락했다.

이에 주주들은 "조대웅, 안에 있으면 나와서 얘기해라. 주주들 불러놓고 뭐 하는 짓이냐", "작년에는 우리 앞에 무릎을 꿇고 사내이사 재선임을 받더니 이번엔 그런 쇼도 안 하는 거냐" ,"5시간을 기다렸다. 나와서 무슨 말이라도 해라", "배고파 죽겠다. 기다리게 해놓고 물도 안 주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니냐", "회사 직원들이랑 변호사가 무슨 죄냐. 직접 나와서 해명해라" 등 반응을 보내며 울분을 토했다.

조대웅 대표는 주총장 대관 종료 5분 전인 오후 1시 55분 처음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벗지도 않고 주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주주는 조 대표가 5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내자,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그의 멱살을 잡으려 하기도 했다. 상황이 정리된 후 조 대표가 입을 열었고, 현장은 주주들의 원성으로 가득했다. 주총이 5시간이나 지연된 이유를 의결권 검수가 되지 않은 것처럼 포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셀리버리 주주들이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총 개회 예정 시간부터 5시간가량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 대표가 대기하던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사측이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조대웅 대표는 "셀리버리가 상장폐지되면 주식이 가장 많은 제가 죽는다. (상장폐지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 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있다"며 "오늘 총주식 수나 의결권 수 등을 말씀드리지도 못했다. 주총 안건 1, 2, 3번이 모두 부결 처리되는 걸로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윤주원 샐리버리주주연대 대표는 조대웅 대표의 발언을 막아 세우면서 "주총이 개회되지도 않았는데 부결이라는 막말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쫓기듯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주들은 "셀리버리는 애초에 오늘 주총을 이행할 의지가 없었다. 감사의견 미제출, 자본잠식 등 상장폐지 사유가 충분하다. 결국 상장폐지하고 도망가려고 하는 꼴이다"며 분노했다.

한편 셀리버리는 지난해 3월 23일 외부 감사안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후 1년가량 거래 정지 상태다. 또 지난 11일 한국거래소가 셀리버리의 자본잠식을 상장폐지 사유로 추가하면서 사실상 상장폐지 기로에 서 있다. 주주들은 보유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서 작은 희망을 안고 주총장을 찾았지만, 소득이 없었다. 셀리버리는 오는 3월 29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있다. 상장폐지 여부는 유예기간 마감인 내달 결정될 예정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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