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궁금하지 않습니다"...출소 앞둔 정준영, 기억해야할 [그해 오늘]

박지혜 2024. 3.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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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오늘, 2019년 3월 14일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당시 30) 씨가 경찰 출석 전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이 단체는 "정준영의 카카오톡이 공개된 후 많은 사람이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와 불법 촬영, SNS 공유에 공분했다"며 "하지만 한편에서는 피해자를 추측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경고장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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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5년 전 오늘, 2019년 3월 14일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당시 30) 씨가 경찰 출석 전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당시 검은 정장 차림의 정 씨는 고개를 숙이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 씨는 오는 3월 20일 출소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와 같은 날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당시 29)도 경찰에 두 번째 출석했다.

당시 승리는 “저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첫 소환 때와 달리 주눅들고 초췌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상습도박과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복역한 뒤 지난해 2월 출소한 그의 모습에선 ‘자숙’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1월 SNS에 퍼진 캄보디아 행사 영상에서 그는 여전히 마이크를 잡고 ‘빅뱅 팔이’를 하며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9년 3월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인 마약 관련 혐의 보도가 청소년한테 굉장한 영향을 준다며 “청소년 입장에선 연예인이 마치 우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이 마약을 투약하고 몇 년 지나서 연예계에 쉽게 복귀하는 현상들을 보면서 마약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한 경각심이 굉장히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단 마약 범죄만 해당할까?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의 ‘영구 퇴출’은 예전부터 계속되어온 대중의 요구사항이었다.

불법촬영 등 끊이지 않는 청소년 성범죄와 “반 남학생 절반 이상이 도박에 빠졌다”는 보도처럼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연예계 복귀는 범죄의 엄중함을 떨어트리는 상징으로 인지될 우려가 있다.

특히 불법 촬영을 비롯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10대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만큼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 씨의 불법 촬영 동영상 유출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다룬 이른바 ‘찌라시’가 유포되면서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이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우리 사회의 관음증적 문화와 성적 대상화가 놀이처럼 취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연한 성범죄를 ‘몰카’라고 가볍게 취급하면서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2차 가해를 하는 상황이 10대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었다.

그러자 SNS에는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경고장이 여러 차례 공유됐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제작한 것이다.

이 단체는 “정준영의 카카오톡이 공개된 후 많은 사람이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와 불법 촬영, SNS 공유에 공분했다”며 “하지만 한편에서는 피해자를 추측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경고장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누가 피해자인지 질문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폭력인지 질문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의 얼굴이 궁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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