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간 철제 산소통에 살던 소아마비 환자, 세상 떠났다

이혜진 기자 2024. 3. 1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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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린 후 70년 동안 철제 산소통(아이언 렁) 속에서 살아온 남성이 7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펀드미 홈페이지 캡처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린 후 70여년 동안 철제 산소통(아이언 렁) 속에서 살아온 남성이 7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가 되었으며, 작가가 되는 꿈을 이루는 등 빛나는 인생을 살아왔다.

고펀드미(GoFundMe)의 알렉산더의 치료비 모금 페이지에 따르면 ‘소아마비 폴’이라고 불리던 알렉산더가 11일 세상을 떠났다. 모금 활동가 크리스토퍼 울머는 “폴, 당신은 그리울 것이지만 항상 기억될 것”이라며 “당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썼다. 사망 원인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26일, 알렉산더의 틱톡 계정에는 알렉산더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후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 출신의 폴 알렉산더는 1952년 6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목 아래가 마비된 후로 철제 산소통에서 일생을 보냈다. 당시 소아마비로 스스로 호흡할 수가 없었고, 그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까지 온몸을 감싸는 노란색 금속 실린더 모형의 아이언 렁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 의학의 발전으로 아이언 렁은 인공호흡기로 대체됐지만, 그는 이미 익숙해진 아이언 렁에서 살기를 택했다. 지난해 3월 그는 아이언 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는 ‘불굴의 의지’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1984년에 그는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댈러스와 포트워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몸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개조된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펜을 입에 물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집필에만 8년이 걸린 회고록을 출판했다. 교회를 다녔고, 비행기로 여행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삶을 꾸렸다.

알렉산더는 사망 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야기는 당신의 과거나 심지어 장애조차 당신의 미래를 정의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과거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되기 전 소아마비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호흡에 활용되는 근육인 횡경막 및 가슴 근육의 마비였고,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이언 렁’이었다. 이는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넣은 뒤 음압(물체의 내부 압력이 외부 압력보다 낮은 상태)을 간헐적으로 주어 폐를 부풀게 하여 호흡시키는 최초의 인공호흡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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