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민간 달착륙선 임무 실패와 ‘온고지신’
이스라엘·日·美 잇단 고배 마셔
58년 전 나사 기술 우습게 본 탓
성공 위해 옛것 배우는 자세 필요
최근 2~3년 동안 민간에서 개발한 무인 달착륙선을 경쟁적으로 달에 보내고 있는데 대부분 착륙과정에서 달 표면에 충돌하든지 넘어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첫 달착륙선은 아스트로보틱의 로봇착륙선인 ‘페레그린’이다. 2024년 1월 8일 발사에는 성공했는데 우주선의 태양전지판이 태양 빛을 잘 받도록 고정하는 것에 실패하였고 추진시스템에서 추진제가 유출되어 결국 달 착륙을 포기하였다.
미국의 두 번째 민간 달착륙선인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이 개발한 ‘오디세우스(노바-C)’는 높이 3m, 지름 1.6m인데 다리를 폈을 때 높이는 4.3m, 지름 4.6m, 무게 675㎏이다. 액체메탄과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로켓 엔진으로 속도를 줄이는데, 탑재물은 130㎏까지 실을 수 있다. 달에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거리 측정기가 고장 나 초속 3m보다 더 큰 속도로 착륙하면서 충격으로 6개의 다리 중 하나가 부러져 기울어진 상태로 서 있다. 이 정도의 결과이면, 임무를 거의 완수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계속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안정적인 착륙선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은 ‘오디세우스’를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초 2달러에 거래되던 주가가 13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다음날 착륙과정에서 돌에 걸려 옆으로 넘어졌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도 5달러로 떨어졌다. 며칠 후 달착륙선이 보낸 사진을 확인해보니 착륙 때 받은 충격으로 6개의 다리 중 1개가 부러지면서 기울어진 것이다. 착륙과정에서 옆으로 넘어졌다고 빨리 발표하여 주가만 떨어뜨린 셈이다. 이제 민간의 우주개발은 임무의 성패가 회사의 가치를 바로 평가해주는 척도가 된 셈이다.
미국 나사가 첫 무인 달착륙선 서베이어 1호를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킨 것은 58년 전인 1966년 6월이다. 아폴로 11호가 착륙할 장소를 찾고 달 표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발사한 것이다. 당시에는 달 표면에 먼지가 많이 쌓여 있어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는 데 큰 문제가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을 때이다. 서베이어는 탑재한 컴퓨터의 성능이 핸드폰의 수백만분의 1 정도로 지금의 컴퓨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였지만 7번 발사해서 5번 착륙에 성공했고 더구나 첫 시도에서 성공해 미국의 자존심을 높여준 우수한 무인 달착륙선이었다. 그 후 58년 동안 컴퓨터와 전자기기 등 우주선의 기술은 많은 발전을 하였는데도 최근의 달착륙선은 잘 넘어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연착륙에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무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60년 전의 구식 달착륙선인 ‘서베이어’의 구조와 기술을 우습게 보고 이에 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서베이어 달착륙선은 높이가 3m이고 3개의 다리를 펼쳤을 때 지름이 4.3m이다. 그리고 추진기관시스템 등 무거운 부품을 아래쪽에 배치, 무게중심을 아래쪽에 있게 하여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달의 지형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는 구조이다. 서베이어 우주선은 역추진 로켓을 이용하여 달 표면으로부터 3.6m 위에서 착륙속도를 초속 0m로 떨어트린 후, 자유낙하로 달 표면에 착륙시킬 정도로 튼튼하고 안정된 시스템이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도 성공하려면 옛것을 배우고 활용하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필요한 것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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