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즈벡 아버님 댁도 놔드려야겠어요”…K보일러가 착한 며느리네
경동나비엔, 중앙아시아 러브콜
콧대 높은 이탈리아산 제치고
럭셔리 주택에도 800대 첫 납품
이 단지가 주목받는 것은 국내 보일러 시장 1위 기업 경동나비엔의 가스보일러 ‘디럭스 에스’가 5000가구 전체에 설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건설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보일러 계약이다.
현장에서 만난 호지아크바르 틸라샤이호프 펄빌드 대표는 “독일 비스만, 튀르키예 에어펠 등 다른 유명 업체로부터도 납품 제안을 받았지만 고민 없이 경동나비엔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틸라샤이호프 대표는 이어 “경동나비엔 가스보일러는 다른 브랜드보다 에너지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며 “이미 미국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고, 우즈벡에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신뢰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종합 냉·난방 업체 경동나비엔이 우즈벡을 필두로 중앙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시장 규모가 우즈벡보다 작은 카자흐스탄에선 이미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데 이어 중앙아시아 최대 시장 우즈벡에서도 1위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우즈벡의 대우자동차 신화를 이어받아 ‘K보일러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타슈켄트 미라바드구에 있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보일러 설치가 한창이다. 우즈벡 최대 건설사인 골든하우스가 짓는 2500가구 규모 럭셔리아파트 ‘그리니치’ 단지다. 럭셔리를 내세우는 골든하우스는 그동안 이탈리아 보일러 회사인 아리스톤의 제품만 고집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으로 800가구에 대해 이탈리아 제품이 아닌 경동나비엔 제품으로 채우기로 했다.
현지 조사기관에 따르면 우즈벡의 연 평균 보일러 시장 성장률은 15%에 이른다. 중앙아시아 보일러 시장 규모는 연간 30만~35만대 정도인데 그 중 우즈벡이 15만~20만, 카자흐스탄이 8만~10만대를 차지한다. 우즈벡과 카자흐를 공략하면 인접국 시장은 쉽게 공략이 가능해 진다. 실제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중앙아시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2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3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된다.
우즈벡에 ‘K보일러 붐’이 부는 것은 정부 주도로 인프라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분위기와도 맞닿는다. 2016년 샵카트 미르지오예프가 제2대 대통령이 되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거주 자체가 제한받던 타슈켄트에 2021년부터 전입신고만 하면 입주가 가능해졌고, 그 결과 2016년 240만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지난해 304만명으로 급증했다. 도시 곳곳에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이에 따라 보일러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정부가 난방 시스템 현대화를 선언하면서 난방 서비스·시스템 시장이 기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이미 북미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 성공사례를 써낸 바 있다. ‘보일러는 내수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008년 미국, 멕시코 등에 ‘콘덴싱 순간식 온수기’를 처음 출시했고, 현재 북미 콘덴싱 보일러, 온수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7년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돌파한 이후 6년 연속 해외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해외 매출액은 2019년 4388억원, 2021년 7075억원, 2022년 773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5879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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