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법
최근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한 위기인식과 우려가 매우 높아졌다. 대한민국 출생률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그와 함께 폐교 등으로 체감되는 ‘지방소멸’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인구 문제는 더 이상 먼 훗날의 ‘어떤 일’이 아닌 지금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인구 문제에 관한 위기인식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인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엔에 따르면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는 우리의 상식은 정작 일본과 한국에서만 쓰이는 ‘방언’이다. 유엔은 그런 기준을 만든 적도 없다. 비전문가들과 유사 인구전문가들이 인구 관련 논의를 주도하다보니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다.
인구에 대한 낮은 이해는 우리 사회의 인구 담론과 철학을 그대로 머물게 한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여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정부의 재정 불균형이 야기될 것’이라고 한다. 다 나라 경제 걱정이다. 인구를 경제발전의 하위요소로 바라보니 인구를 노동력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산인구 감소를 인구정책이 아닌 인력정책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경제를 위해 출생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이니, ‘출산을 강요한다’고 여성들과 청년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젠더의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구철학의 빈곤이 문제이다.
이제 우리는 고령화의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인구 변동의 영향은 모두에게 같은 방향, 균일한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인구가 더 고령화되고 감소하면서 격차와 불평등이 더 확대되고, 계층과 지역과 세대를 따라 갈등이 확산되고, 사회 연대성이 위협받을 것이다. 인구학자로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염려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우리는 더 어두워지고, 고단해지고, 가난해지고, 위험해지며, 더 외로워질 것이다.
사회의 축소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보다 더 적은 24만명이 태어났다. 이제 아이들은 전부 수도권 대학을 갈 수 있겠지만, 지방대가 무너지고 그에 따라 지방산업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염려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부실한 대학들을 정리하고, 수도권 대학들도 입학정원을 줄여야 지방의 몫이 생긴다. 과연 지금 대학들이 그런 양보를 할 수 있을까?
육아가 어려우니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외국인 돌봄인력을 도입하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력이 아닌 사람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가사·돌봄은 원래 이탈이 쉬운 시장이라 외국인 돌봄인력의 다른 업종 편입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서 인건비는 다시 오르고, 출입국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브로커들이 활개 치게 될 것이다. 서비스업 동포 노동력이 그랬고, 농촌의 계절근로자가 그랬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그래서 의사 수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의사 수만 늘린다고 의료서비스의 질과 필수의료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런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어렵지만 현장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의 의·정 충돌이 미래 고령화 적응 과정의 일반적 모습이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리더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나타날 초고령화·인구감소 사회의 난제들을 모두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구감소와 고령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인구 변동의 복합한 사회경제적인 파장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체제 전환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인구 변동의 파장을 맞이할지, 어떠한 원칙으로 갈등을 해결할지, 그 기본적 방향과 모델을 모색하여야 한다. 지금은 그러한 인구 철학과 담론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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