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중진 '절반의 생환' … 현역 기득권 높은 벽에 정치 신인 '멸종'

박기홍 기자(=전북) 2024. 3. 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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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22대 총선의 이슈 중 하나였던 '중진의 귀환'은 '절반의 생환'으로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선 이상의 정동영(4선)·유성엽·이춘석(3선) 등 3인의 중진 중에서 이춘석 전 의원(익산갑)에 이어 13일 정동영 전 의원이 전주시병에서 공천장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4선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은 재선의 김성주 현역의원을 꺾고 여의도 진출을 향한 본선에 돌입하게 됐다. 정 전 의원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과 "이재명 당대표와 전북을 지킬 수 있는 후보"를 주창하며 겸손한 자세로 민심에 호소한 결실로 해석된다.

▲4선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이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정동영 전 의원 페북 캡처
조직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던 김성주 현 의원이 지상전을 펼쳤다면 정동영 전 의원은 시·도의원이 약한 상태에서 자신의 개인기를 앞세운 공중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잼버리 대회 파행과 새만금 주요 SOC 예산 삭감 등 전북의 악재가 돌출할 때마다 '무기력한 전북정치'를 문제 삼으며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중진이 필요함을 설파한 것이 경선 1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장동영 전 의원은 막판에 "여론조사 때 20대로 응답해 달라"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과거 '노인 폄하 발언'에 이어 이번엔 '청년 비하 발언'으로 해석되며 경선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정면 돌파해 흔들리는 민심을 잡을 수 있었다.

앞서 3선 출신의 이춘석 전 의원은 초선의 현역인 익산갑의 김수흥 의원을 꺾고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다.

이춘석 전 의원도 허허벌판의 원외생활을 혹독하게 겪으며 겸손한 자세로 경선에 임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춘석 전 의원은 3선 출신의 노련함을 보여주듯 매주 밥값 공약을 발표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윤준병 의원이 방송토론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윤준병 의원 페북 캡처
두 중진의 생환에 비해 정읍시·고창군의 유성엽 전 의원은 윤준병 현역의원에게 져 공천에서 탈락했다. 전·현직 의원이 외나무다리에서 진검승부를 벌인 정읍·고창에서는 국가예산 확보 문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일 정도로 치열한 경선을 펼쳤다.

하지만 조직력이 앞선데다 3선의 유성엽 전 의원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윤준병 현역이 1위 자리를 차지해 공천장을 확보했다.

윤준병 의원은 공천 확정 직후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힘과 윤준병의 능력으로 정읍·고창의 봄을 앞당기고 이재명 대표와 함께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주민과 당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제 검찰독재의 종식, 4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3인 중진의 22대 총선 노크는 '2승 1패'로 승률 측면에서는 산술적으로 67%라 할 수 있지만 현역 물갈이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절반의 생환'이란 평이 나왔다.

현역의원들은 윤준병 의원과 완주·진안·무주군에서 안호영 재선 의원이 공천을 받았으나 전주시병의 김성주 의원이 3선 고지 앞에서 탈락하는 등 희비의 쌍곡선을 그었다.

민주당 8명의 현역의원 중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은 전주갑의 김성주 의원과 익산갑의 김수흥 의원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돼 여전히 높은 '기득권의 벽'을 실감하게 해줬다.

특히 정치 신인들은 사실상 22대 총선에서 멸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개 선거구마다 민주당 출신의 정치 신인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거의 모두 전멸한 상태이다. 남원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에서 판사 출신의 박희승 예비후보가 1위를 기록해 정치 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공천을 확정지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역의 기득권 벽이 얼마나 높은지 여실히 보여준 경선 결과"라며 "정치 신인에게 가점 10%를 준다 해도 조직력과 인지도가 확고한 현역을 뒤엎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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