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진땀, 관중은 짜릿…지옥의 17번홀
바람 뚫고 물 넘는 아일랜드 그린
역대 홀인원 13개·9오버파 기록도
본선 이틀간 강풍 예보돼 ‘긴장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관전의 백미는 역시 유명한 17번홀(파3) 플레이를 감상하는 것이다.
14일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달러)이 열리는 미국 폰테베드라비치 TPC 소그래스(파72)의 17번홀은 투어 코스 중 가장 유명한 파3홀로 꼽힌다. 137야드(125m) 길이로 선수들이 대부분 피칭웨지를 잡고 티샷을 하는 짧은 파3홀이지만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조그만 아일랜드 그린에다 상공에 휘도는 바람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고전하는 곳이다.
TPC 소그래스의 상징이 된 17번홀에서 올해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 베팅 업체들은 여기서 홀인원이 나올 가능성, 물에 빠지는 공 개수 등을 예상하는 마케팅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골프장이 개장하자마자 팬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17번홀이다. 매년 수만명이 여기에 자리를 잡는다.
17번홀 그린은 세로 길이가 24m에 불과해 선수들에게 압박감을 준다. 티샷이 짧든 길든 바람을 이기지 못하면 공은 어김없이 물로 향하고 만다. 앞쪽엔 작은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그린에 떨어져도 빠른 그린스피드를 못 이기거나 너무 짧으면 앞뒤로 빠지고 만다. 매 라운드 바뀌는 까다로운 핀 위치에 선수들은 머리를 쥐어짠다.
날씨는 최대 변수다. 2007년에는 강풍 때문에 1라운드에만 50개, 나흘 동안 93개의 공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2014년엔 28개로 가장 적었다. 올해는 1, 2라운드엔 비교적 평온하겠지만 본선 이틀간은 강한 바람이 예보돼 있어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PGA 투어는 이 홀이 샷추적 시스템이 적용된 2003년 이후 전체 투어 코스의 150야드 이내 파3홀 중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록된 최악 스코어는 2005년 봅 트웨이(미국)의 9오버파 12타이다. 그는 티샷을 물에 빠뜨렸고 가까운 드롭지역으로 옮겨가 3번이나 더 공을 물로 보냈다. 결국 9타 만에 온그린해 3퍼트로 ‘노뉴플 보기’(9오버파)를 기록한 뒤 동료의 위로를 받았다. 드롭지역에서 친 샷 중 2번은 그린에 올라갔다가 백스핀을 받고 물에 빠져 갤러리의 탄식을 자아냈다. 2021년 여기서 8오버파 11타(옥튜플 보기)를 친 안병훈은 13일 대회 전 인터뷰에서 “이곳은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코스”라며 “마음을 비우고 매 샷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998년에는 이 홀에서 갈매기가 브래드 파벨(미국)의 공을 몇번 시도 끝에 마침내 입에 물고 가다가 물에 빠뜨리는 유명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골프 룰에 따라 파벨은 공을 제자리에 놓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17번홀에서는 모두 13차례 홀인원이 기록됐다. 지난해엔 무려 3개가 한꺼번에 쏟아져 올해도 몇개의 홀인원이 나올지를 놓고 스포츠 베팅이 한창이다. 물론 1개도 없다는 데 건 팬들이 1개, 2개 이상 홀인원 확률에 건 이들보다 훨씬 많다. 굴곡이 심한 이곳에서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는 21.4m짜리 퍼트를 집어넣어 17번홀 최장거리 퍼트 성공 기록을 남겼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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