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 "당신이 과거에 한 말을 SNS는 알고 있다"…잇단 설화에 여야 긴장
◇A컷 없는 B컷
"당신이 과거에 한 말을 SNS는 알고 있다"…잇단 설화에 사과하기 바쁜 여야4·10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터져나오는 설화에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문제성 과거 발언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온다. 하필 공천까지 다 마친 상황에서 논란이 되자 자칫 선거 전체로 불똥이 튈까 공천 취소까지 검토한다던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설화가 불거지자 유불리 계산을 마친 듯 슬그머니 제자리다.
설화는 국민의힘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청년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한 장예찬 국민의힘 부산 수영 후보는 10여년 전 SNS에 올린 글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2014년 SNS에 올린 글에서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그에 앞선 2012년에는 "용서가 우리 사회를 망쳤다. 이승만이 첫단추를 잘못 뀄고, 김대중이 아예 단추를 뜯어버린 대가가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이명박보다 이승만·김대중 대통령이 더 싫다"고 했다.
장 후보는 SNS 사과글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비록 10년 전 26세 때이고, 방송이나 정치를 하기 전이라 해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조심했어야 한다. 당시에는 치기어린 마음에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더욱 성숙한 모습과 낮은 자세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오직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도태우 국민의힘 대구 중남 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 화근이 됐다. 도 후보는 지난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굉장히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있고, 특히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도 후보는 두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그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과거의 미숙한 생각과 표현을 깊이 반성하고 바로 잡았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재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4·19 의거의 연장선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헌정사의 흐름과 의미를 확고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보도 있다.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후보는 2017년 페이스북에 "(조선)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조선은 오래전부터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식물 나라였다", "망국의 제1책임은 누가 뭐래도 군주인 고종이다. 이완용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군주의 책임을 신하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는 13일 사과문을 올리고 "반일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일부 지식인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표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실언이었음을 사과드리고 관련 부분은 즉시 삭제했다"며 "8월 광복절 맞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글을 올린다는 것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 7년 전 정치에 뛰어들기 전임도 감안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들 모두의 공천을 그대로 유지했다. '과거'의 발언이고 '현재'는 반성했다는 게 주된 사유다. 자칫 공천을 취소하면 두고두고 문제성 발언임을 인정하는 것이 돼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대신 "유사 사례가 재발할 경우 후보직을 박탈하겠다"는 경고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도 설화를 피하지는 못했다. 정봉주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는 현역인 박용진 의원을 제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는 기쁨도 잠시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그는 2017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를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목함지뢰로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를 농담거리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날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정 후보는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 후보도 공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2찍' 발언으로 한 차례 설화를 겪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단속했고,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문제가 될 말을 유념하자"고 했다. 김부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당으로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공천 취소를 시사하기도 했다.
여야는 설화를 묻는 것으로 끝내겠다는 심산이나 민심도 함께 묻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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