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신작 낸 김제동 “말로 웃기는 사람인데…말이 장벽이 돼 속상하죠”

박송이 기자 2024. 3. 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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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이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신간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밝게 웃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국진이 형이 늘 쓰는 말 책 제목에
밖을 향했던 시선, 조금 안쪽으로
역사공부·경복궁 안내 큰 즐거움
‘톡투유’ 같은 방송 또 하고 싶어

“제목은 국진이 형(코미디언 김국진)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에요.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제가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내 말이 그 말이지’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 좋잖아요. 국진이 형은 처음 들었을 땐 좀 이상했는데 책에 얹어놓고 보니 되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방송인 김제동의 <내 말이 그 말이에요>(나무의마음)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16년 베스트셀러 <그럴 때 있으시죠?>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다. 나를 먹이고 남을 먹이고 돌보는 살림 이야기, ‘임시보호’하던 강아지 ‘탄이’와 5년째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전국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온 이야기 등을 담았다.

김제동은 뜸했던 방송활동으로 그간 ‘근황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다며 “특별한 근황이라고 할 건 없다. 반려견 탄이를 만나 같이 살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고, 8년 전 책을 쓸 때는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이 이제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온 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소식이 뜸한 사이 역사도 꾸준히 공부했다. 2년 전부터 조선시대 이야기꾼의 명맥을 잇는 ‘1호 강담사(講談師)’를 자청해 사단법인 김제동과어깨동무 회원 및 봉사자 등에게 경복궁을 안내하고, 경주 역사기행도 함께하고 있다. 김제동은 “SBS <런닝맨>에서도 역사기행을 하던데 사실 내가 원조”라며 웃었다. “이번 달에만 경복궁 안내가 10건 잡혀 있어요.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역사가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이순신 장군이 항상 말에서 내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일화, 세종대왕이 자식을 잃고 느꼈던 슬픔 등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죠. 역사적 인물들이 한 사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역사 이야기를 되게 좋아해요.”

이번 책의 추천사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것도 그의 역사사랑과 맞닿아 있다. “유 전 청장님의 책으로 역사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역사 공부를 시작한 저에게는 우상이죠. 출판사에서 추천사 써주실 분으로 제안했는데 저는 일면식도 없어서 감히 부탁을 못 드렸어요. 출판사에서 청장님께 메일을 드렸더니 1초 만에 하시겠다고 답장을 주셨고 정성스럽게 써주셨어요.”

지금까지 출간한 책만 6권, 누적 판매부수는 90만부다. 인세는 전액 기부했다. “인세를 기부하겠다고 한 게 저의 가장 큰 실수였어요. 그렇게 팔릴 줄 몰랐습니다(웃음).” 오랜 시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서는 “사랑만큼이나 거센 폭풍우가 함께 왔고…”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그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토로했다. 그가 내놓았던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웃기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에 장벽이 되는 것 같아 버거웠다. “어느 순간부터 어떤 분들은 저를 만나면 ‘응원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웃기는 사람인데…. 또 어떤 분들은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와서 욕하고 가시기도 하고요. 제가 무슨 총선에 출마한 사람처럼 첨예하게 살고 있는 거예요. 그런 것들에 매몰돼가는 게 속상했어요.”

지금은 무엇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경복궁에서 안내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제일 즐겁다. 방송도 재개했다. 이달 방영을 시작한 MBC에브리원 <고민순삭-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의 진행을 맡았다. 그는 유튜브나 쇼츠보다는 토크쇼나 책처럼 사람들을 직접 만나거나 긴 호흡으로 이어갈 수 있는 미디어가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말했다. “<김제동의 톡투유>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송이어서 언젠간 또 해보고 싶어요.”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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